한국일보

흔들리는 다림줄

2006-04-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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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앤 패밀리포커스 대표)

최근 공립학교에서 에이즈 감염의 예방 차원으로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배포되는 임신 방지용품(콘돔)에 대해 찬반이 일고 있다. 찬성의 입장에 선 사람들은 이미 문화적으로 성에 노출되어 알 것 다 아는 틴에이저의 10대 임신과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10대 임신과 에이즈 감염은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일임에는 분명하고 그 일을 예방해야 하는 사회와 어른들의 의무와 책임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에서 그러한 것을 아이들에게 배포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최선의 방책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첫째로 학교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변해가는 풍토에 타협하고 묻어가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삶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본질들을 잃어버리게 하고 포기하게 하는 가르침을 학교에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생명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 가정의 소중한 가치와 성에 대한 도덕 등… 그렇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문화가 아이들의 윤리와 도덕을 무너뜨리고 위협하는 문화가 되어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고 타락하게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아이들을 지켜주고 세워주어야 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요새가 되어주어야 하는 학교가 그러한 것을 배포하므로 10대의 성관계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라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다.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하고 고결한 아름다운 성에 대한 참된 가치를 오히려 잘못 가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외면한 처사인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더 이상 지식을 가르치는 이외에는 인성교육, 즉 윤리, 도덕, 성교육에까지 실패하고 있다는 참패를 비참하게 인정하고 있는 처사인 것이다.그러한 것을 학교로부터 받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10대의 성관계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즉 타락의 인간이 되는 것이다.사회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것에 대한 감각이 없어지면 그것은 타락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역사를 보라. 성에 대한 절제가 없고 방향감각이 없어지면 그 사회나 문화가 타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폼페이의 멸망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의 주장들도 그것을 입증한다.
인간에게는 성에 대한 욕망이 끝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한 것을 절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추구하며 사는 개인과 사회는 창조나 발전보다 정체나 퇴보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바르게 사용하고 절제하는 개인과 사회는 그 절제된 에너지를 창조나 발전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즉 성적 욕망은 다르게 말하면 인간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숨겨진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것 뿐만 아니라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가정에서 교회에서 성에 대한 고결함과 소중한 가치를 조심스레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그러한 방침은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이 되며 그것보다 그러한 가르침이 그나마 없는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10대의 성관계를 부끄럼이 없는 무감각, 그리고 호기심까지 자극시키게 하는 무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꼴인 것이다.학생들이 내게 말한다. 10대 사이에 성관계의 경험을 마치 훈장같이 생각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하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학교가 가르쳐야 할 부끄러움을 가르치지 않고 무감각하게 만든 결과가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문화가 달라지고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의 본질이 달라질 수는 없다. 본질이 변하면 기준이 달라지며 삶의 부패와 타락의 끝으로 가게 되어 있다. 문화의 타락은 우리에게 타협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은 우리의 가정과 교회에게 더더욱 삶의 본질을 회복하고 지켜 나가야 함을 엄숙하게 경고하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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