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의 본성(本性)

2006-04-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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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롱아일랜드)

“마을사람들이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나서 옳지 곧 아니하면 마소를 갓 고깔 씌워 밥 먹이나 다르랴”는 옛 시조가 있다. 이 세상에 무수한 존재들 중에 인간 만큼 존귀한 존재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유인이 최귀하니”라는 말이 옛부터 있는 것이다.다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끼리 여러가지 조건들을 내세워 상하 귀천을 만들어 짐짓 차별하고 냉대하고 박대하는 일은 얼마나 어이없는 모순된 일인가?

누구든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아야 온전한 인간인 것이다. 단지 외모만 인간의 모습을 지녔다고 해서 인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사람의 본성부터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형태는 천태만상이다. 그래서 순자(荀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고 , 맹자(孟子)는 그와 반대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는데 어떤 인간을 보면 ‘성악설’이 맞는 것 같고, 또 어떤 사람을 볼 것 같으면 ‘성선설’이 맞는 듯도 하다.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올바로 살기 위해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인간의 본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사단(四端)’이란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는 네 가지의 단(端)이 있어 온전한 인간성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단이란 무슨 뜻인가 하면 곧고, 바르고, 우두머리이고, 뿌리(근본)란 뜻이다.


사단(四端)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의예지(仁義禮智)이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움이 인간의 본성이며 모든 인간들이 지녀야 할 공통점인 것이다.더 구체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인(仁)이라는 뿌리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생겨나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며 자비를 베풀게 되는 것이다. 의(義)라는 뿌리에서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생겨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잘못을 뉘우쳐 개과천선하게 되는 것이다. 예(禮)라는 뿌리에서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생겨나 사양할 줄도 알고 양보할 줄도 알아서 나보다 남을 위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智)라는 뿌리에서는 시비(是非之心)이 있어서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별하여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내 사회정의를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남녀노유의 차별이 없으며, 피부색깔의 구애를 받거나 지식의 고하나,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그 어떤 조건도 여기에 개입될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인간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예외없이 누구나 다 ‘사단’이라는 본성을 갖추고 살아가야만 인간다운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성서에는 이 사단(四端)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창조주가 태초에 천지만물을 창조할 때 일월성신 산천초목 삼라만상을 말 한마디로 척척 창조하였는데 유독 인간 창조에 있어서는 진흙을 이겨 정교하게 손으로 빚어 만든 후 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도 하나의 피조물이지만 다른 피조물들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만이 가져야 하는 자부심이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을 떠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병들고 연약한 이웃을 못본 채 사리 사욕에만 혈안이 되어 온갖 부정을 일삼을 것 같으면 이미 측은지심도 수오지심도 없는 상태일 것이고 남이야 죽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짓밟고 올라서서 기고만장한 인간이나 또는 시비곡절을 짐짓 바꾸어놓는 인간들이라면 스스로 인간됨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국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의 윤리성이 날로 무디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답답하기만 하다. 골프사건 이후 국가청렴위원회가 새로운 윤리지침을 내놓은지 몇일 안되어 청와대가 눈을 부라리는 바람에 질겁을 하고 뒤로 물러나 쩔쩔매며 딴청을 부리고 있는 형편이며 내노라 배짱부리다가 낙마하고 만 이씨와 최씨에게 그나마 사단(四端)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던들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 자숙함이 마땅하거늘 오히려 “어디 두고보자”고 마음속으로 칼을 간다니 스스로 인간 이하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 없으니 어느 누구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 각자가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제대로 지니고 있는지 살펴 스스로 개선하며 살아가야 인간 대우를 제대로 받으며 얼굴을 제대로 들고 사람답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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