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법체류 형사피의자의 위험

2006-02-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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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불법체류 신분인 사람이 형사피의자로 형사법원의 재판을 받게되는 경우에 이민국이 이 사실을
알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형사 피의자가 구금되어 있는 상태가 되면 그 신
분에 관한 데이터가 이민국에 의해 체크되기 때문에 불법체류자 신분이 밝혀져 이민국이 재판
을 진행중인 법원에 신병을 인수하는 통고를 하게 한다.
형사피의자가 구금된다는 뜻은 법원에 입건될 때에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의 내용이 심각한 것
이어서 법원이 보석을 허락하지 않거나 보석금을 책정했더라도 그 보석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이다.
최근 이런 상황에 따라 불법체류자가 구금되어 있는 동안에 재판을 받게된 형사사건과는 상관
없이 이민국이 이런 신병인수 통보를 해 와서 추방조치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
다.
불법체류 신분이긴 하지만 이미 뉴욕에 산지가 10년도 훨씬 넘는 한 중년의 남자가 가정불화로
부부간의 다툼 끝에 폭행혐의로 체포되었다. 보석금 없이 석방되어 재판을 기다리던 중에 법원
의 고발인 접근금지 명령(Order of Protection)이 내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심히 부인이 살
고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가 이번에는 접근금지명령 위반죄로 다시 체포되었고 이번에는 법원에
서 상당액수의 보석금을 명령하게 되었다. 당장 보석금을 지불하지 못해 보석금을 가져올 때까
지 형무소에 갇혀있는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일이 지나 보석금을 준비해서 보석
수속을 밟으려 했는데 이미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이 사람이 갇혀있은지 불과 이틀이 지난 다음에 이민국은 이미 이 사람의 불법체류 신분을 확
인하였고 재판이 끝나는 즉시 신병을 인수하겠다고 법원에 통지를 보냈다. 말하자면 이제 이민
국이 불법체류자인 이 사람을 체류신분 때문에 조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 사람의 원래의 형사사건이라야 얼마간의 카운슬링에 보내지거나 최악의 경우에도 단기간의
보호관찰형(Probation)을 받을 정도의 가벼운 사건이었는데 이제는 이민국의 추방조치를 받을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 다른 한 남성은 세든 집의 여자주인에게 성적 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성추
행 혐의는 심각한 죄목에 속하기 때문에 많은 액수의 보석금이 책정되어 부득이 형무소 신세를
지고 있는 중이었다.
몇달이 지나는 동안 검찰은 피해자인 주인이라는 여성으로부터 피해자 진술을 받을 수 없었다.
보아하니 성추행한 혐의는 없고 다른 감정 때문에 성추행이라고 올가미를 씌워 고발한 것 같았
다. 검찰이 성추행 혐의를 입증할 길이 없게 되었으므로 그냥 문란한 행동을 했다는 정도의 위
반혐의만 인정하면 사건을 끝내겠다는 제시를 하게 되었고 어쩌면 사건이 기각될지도 모를 정
도로 혐의 사실이 벗겨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판정에 나오던 날, 검찰은 피해자 진술서를 받을 수 없다고 시인하고 재판은 끝
났다. 이제는 그동안 갇혀있던 감방에서 석방되어 나오면 모든 것이 끝날 판이었다. 그러나 검
찰은 청천벽력 같은 통고를 해 왔다. 그동안 이민국에서 이 사람의 신병을 인수하겠다는 통보
가 와 있다고 했다. 이 사람 역시 불법체류 신분인 사람이었다.
위의 두 가지 예에서 보듯이 형사사건 때문에 감방에 갇혀있으면 이민국은 신원 확인을 하게
되고 불법체류자인 경우에는 추방조치를 받게 마련이다.
연변에서 온 한 조선족 여성은 정치망명 케이스로 영주권 신청을 해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
르렀다. 이민국은 이 여성이 경찰에 체포된 경력을 발견하고 이의 처분 증명을 요구했다. 법원
에서 받은 증명은 이 여인이 매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여인의 설명은
이발관에서 안마사로 일하다가 체포되었다는데 그것이 매춘 혐의로 끝난 줄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주권 취득의 문전까지 갔다가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경력 때문에 영주권은 영엉 물 건너간 것
으로 보인다. 다 해놓은 밥에 뭐 빠뜨린 격이 되었다. 이데 형사법원도 불법체류자에게는 발 들
여놓기 위험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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