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팔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2006-01-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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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주택시장이 앞으로는 지난 수년처럼 두자리 숫자로 뛰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택 소유주나 투자자들도 약세장에 어울리는 행보를 해야할 것이다.

집값이 쑥쑥 뛰던 시절은 가고 앞으로 몇 년간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조짐이 뚜렷하다. 최근 4개월간 주택가격은 보스턴과 LA, 클리블랜드, 마이애미, 피닉스 등지에서 5%이상 떨어졌다. 전국적으로 봐도 기존주택 판매량이 1.7% 줄었고 매물은 느는 추세다. LA와 샌디에고, 보스턴 등 벌겋게 달았던 시장의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오픈하우스를 열어도 찾아오는 손님이 별로 없다고 전한다. 산호세 지역 리맥스 부동산의 메리 칼지언은 “한참 잘나갈 때는 하루나 3일만에 팔리고 복수오퍼가 들어왔지만 지금은 6주내지 8주,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린다. 바이어의 마켓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없지는 않다. 주택시장이 거품이 터지는 식으로 곤두박질 치지는 않을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베이비부머와 이민자등 인구적으로 보면 주택 수요는 탄탄하게 뒷받침되고 있고 고용시장도 건전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단하나, 변동 모기지를 갖고 있는 홈 오너들이 이자율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대거 매도에나선다면 시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없지 않다. 바뀐 현실에서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할 것인가. 3가지 경우 구분해서 생각해보자.


쑥쑥 뛰던 때는 가고 앞으로는 약세장
이왕 팔 계획이면 빨리 파는 편이 이익
캐시아웃·과한 리노베이션은 피해야

◆팔 생각이라면 팔아라


▶주택-앞으로 1~2년 내에 이사할 계획이라면 판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미루지 말고 빠를수록 좋다. 그렇다고 해서 위기감에 허둥댈 필요는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은퇴를 한다거나 아이들이 다 커서 부부 둘만 남게 돼 그 집에서 더 오래 살 것같지 않다는 판단이 선다면 지금 집을 처분해서 현금을 챙겨도 손해볼 것은 전혀 없다. “주택 가격이 여기서 더는 안 오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웰리슬리 칼리지 경제학자 칼 케이스는본다.
▶투자 부동산- 이것도 마찬가지. 좋지 않은 시장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는 동안 페이먼트를내면서 버틸 자신이 없거나 부담이 된다는 판단이라면 처분하는 것이 낫다. 앞으로 더 많이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적정가여야 한다- 이웃에서 6개월전에 45만달러에 팔았으니 지금은 50만 달러는 받아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집을 팔지 못한다. 셀러 마켓에서야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 있겠지만 팔려는 사람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가격에 비해 가치가 있는 집이 팔릴 수 밖에 없다”고 한 에이전트는 말한다.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것도 요령. 최근 팔린 비슷한 집보다 약간 싸게 가격을 책정해서 시장에 내 놓으면 바이어들이 경쟁을 벌이고 간혹 가격이 더 올라가서 거래가 성사되는 수가허다하다고 한 에이전트는 말한다. 사람 심리란 묘한 것이다.


◆살 생각이라면 사라

▶살 필요가 생겼고 살 의향이 있다면 사야한다. 집을 사는데 있어서 주택시장이 위로 가든,아래로 기든, 옆으로 가든 그것은 결정적인 요소는 못된다. 마치 냉장고 같은 내구재를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과 같다. 애가 새로 태어났거나 직장을 옮겨 이사를 해야할 필요가 생겼다면 집을 사도 무방하다. 시장상황과는 별개로 집을 가져서 누리는 편리함과 안락함이 있으니까.
최악의 경우로 집값이사고 난 다음 떨어진다고해도 “페이먼트를 감당할 수 있고 오래 거주할 생각이라면 사도 큰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리맥스 회장 데이브 리니거는 말한다. “떨어지는 시장에서 가장 큰손해를 보는 사람은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집을 팔아야만 하는 사람이지 페이먼트를 낼수 있으면 걱정없다는 것이다.
▶가격은 ‘적당해야’ 한다. 더 이상 셀러가 달라는 가격대로 다 줘야할 시장상황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왕창 깎으려 들어서는 성사가 안된다. 지역 경제가 큰 탈이 나고 집값이 뚝뚝 떨어지지 않는 한 셀러도 크게 급할 것은 없다. 한 브로커는 “터무니없이 20%나 깎아 사려들면 셀러의 코웃음밖에 더 사겠냐”며 요즘 시장에서는 “셀러가 제시한 가격이 적정하다면 거기서 3~4% 할인한 가격이면 좋은 거래가 될것”이라고 말한다.


◆그냥 눌러 살 생각이라면?

▶캐쉬 아웃을 조심하라. 이자율이 낮고 집값이 쑥쑥 오를 때는 에퀴티를 담보로 캐쉬 아웃을 해도 ‘명목상으로는’ 금방 만회가 된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지났다. 장기적인 투자, 예를들면 자녀 교육을 위해 캐쉬 아웃을 꼭해야 한다면 모를까, 빅 스크린 TV를 사기 위해 캐쉬아웃을 한다면 어리석다.
▶은퇴를 위해 집에다 돈을 쏟아 넣어서는 안된다. 집값이 두자리 숫자로 쑥쑥 오를 때는주식 대신에 집에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돈을 투자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집이 그런 페이스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 안된다. 지난 수년간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역사적으로보면 부동산은 연평균 5%-6% 상승에 그쳐 주식 상승률에는 못미친다. 인플레율을 겨우1~2%넘는 수준이었다.
▶리노베이트를 과하게 하지 말라. 약세 시장에서는 주택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수를 해도투자한 만큼 뽑아내지 못한다.
유럽제 고급 디쉬와셔가 정녕 갖고 싶어서 들인다면 모를까, 설치하면 집 값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설치할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굳이 개수를한다면 ‘타당한 수준’에서 하는 것은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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