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도미니카에 다녀와서

2005-10-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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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한 주 전 남미의 도미니카 공화국을 다녀왔다. 3박4일간의 일정이었다. 남태평양의 한 섬 도미니카. 섬의 서쪽은 하이티다. 동쪽은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인구 900만의 도미니카는 이름 그대로 공화국이다. 하이티는 정변이 잦다. 정치가 불안하다. 민심이 흉흉하다. 동쪽 도미니카로 많
은 사람이 넘어오고 있다. 도미니카가 더 안정된 나라이기에 그렇다.
미국 시민은 도미니카에 비자 없이도 들어간다. 그러나 도미니카에서 미국으로 들어 올 때는 비자가 있어야 한다. 도미니카에 들어갈 때는 10달러를 내어 입국수속을 밟아야 한다. 미 영주권자는 안내도 된다. 입국 시 돈을 받는 걸 보면 도미니카와 미국 간의 관계가 그리 썩 좋지는
않은 것같다고 누군가 말 해준다. 그 10달러 때문은 아니겠지.
도미니카는 뉴욕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있다. 플로리다에서는 1시간반 거리다. 시간대는 뉴욕과 같다. 뉴욕이 오전 9시면 도미니카도 오전 9시다. 케네디공항에서부터 산토도밍고 공항까지 갈 때 식사 한 끼를 먹고 약간 수면을 취하니 다 왔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라 비즈니스
맨들에게는 좋겠다.

도미니카 수도 산타 도밍고에 도착한 날 열대성 기후라 후끈 더운 바람이 덮친다. 공항 주변은 택시와 기사들의 초라한 모습에서 금방 후진국임을 알게 했다. 택시라고는 미국에서 중고차도
안 될 그런 낡은 차다. 운전자들 수 십 명이 공항입구에 진을 치고 공항에서 나오는 외국 손님
들에게 자기 택시를 타라고 야단이다. 택시 운전자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지친 모습이다. 남태평양 카리비안의 아름다운 바다와는 달리 이곳에 군집해 있는 섬나라들은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그 상처란 강대국들의 지배를 받아왔거나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는 점이다. 하이티가 프랑스의 점령으로, 도미니카는 스페인의 점령으로 식민지로 있다 독립돼 하이티가 도미니카를 점령했고 나중 다시 도미니카가 독립했다.하이티로부터 독립한 도미니카이지만 지금의 형편은 하이티는 아주 못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도미니카는 하이티보다는 잘 살아 하이티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도미니카로 넘어오는 것이 도미니카 공화국 골칫거리 중의 하나다. 국경이라곤 도로를 가운데 놓고 갈라져 있어 구분이 명확치 않다. 그러니 넘어오는 숫자가 만만치 않다.


<남태평양>이란 영화로 유명한 카리비안 지역의 군도 섬나라들은 관광지로 유명한 바하마가 플로리다에서 가장 가깝다. 그리고 쿠바가 있다. 쿠바의 오른쪽에 하이티와 도미니카가 한 섬을 이루고 있다. 도미니카 우측에 푸에르토리코가 있다. 쿠바 남쪽엔 자마이카가 있다. 그 외 수많
은 섬들이 즐비하게 남태평양에 놓여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아직도 미국의 영향 하에 있다. 미국에서 집정관 감독이 이 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심어주는 좋은 역할도 하고 있지만 푸에르토리코를 아직도 식민지로 갖고 있다는 것 하나만은 썩 내키지 않는 점이다. 푸에르토리코를 미국 주의 하나로 받아들이자는 제안이 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어느 나라이건 자유경제시장체제가 도입된 나라치고 빈부의 차이는 있지만 도미니카처럼 극심한 나라도 없다. 부자들 10%가 남한의 2분의1만한 나라 땅을 다 차지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들의 생활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부자들 사는 집은 대궐이다. 가난한 자들, 즉 원주민들의 집은 다 쓰러져가는 함석집에 한국의 쪽방동네를 연상케 한다. “원주민들은 정말 비참하게 살아간다”고 했더니, 이 말을 받은 사람은 “그래도 아프리카보다는 더 잘사는 곳”이라 받는다.

왜냐하면 아프리카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하루에도 수없이 나오지만 도미니카는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길가의 야자수에 널려있는 야자열매만 따 먹어도 산다는 것이다. 같은 가난한 나라라도 아프리카와 남미는 이렇게 다르다. 도미니카의 주 수입원은 관광이다. 관광지로 개발된 해안가는 호텔이 수백 개가 넘는다. 이 호텔들은 원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외국인 전용으로 만들어져 값도 비싸다. 호텔에 딸려 있는
시설들은 초호화판이다. 유럽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바바로 비치만 해도 공항이 곁에 있어 하루에 한 번씩 유럽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 도미니카엔 지금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인교회들이 열심히 선교에 임하고 있다.
120년 전 미국선교사가 조선에 선교의 씨앗을 뿌렸듯이. 선교의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기만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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