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상 입은 시신 거리에 널브러져”…주택 40여채 불타기도
아이티 수도 한복판에 배치된 케냐 경찰[로이터]
극심한 치안 불안에 신음하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악명 높은 갱단이 한 마을을 공격해, 젖먹이와 산모를 포함해ㅡ 70여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아이티 경찰(PNH)에 따르면 전날 서부 아르티보니트주(州) 해안가 퐁손데 지역에서 이 지역 중무장한 갱단원이 경찰 기지를 공격한 뒤 인근 마을 주민을 상대로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관련 상황 보고문에서 "갱단 거점을 추적하기 위해 경찰관들이 현지에 배치돼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며 다수 희생자 발생 사실을 알렸다.
AFP통신은 유엔을 인용, 최소 7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일간 아이티언타임스는 정부 공식 집계가 나오진 않았으나, 주택 40여채가 불타고 주민 수백명이 경찰에 'SOS' 요청을 하며 거주지를 떠났다고 전했다.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베르티드 오라스는 '마지크9' 라디오 방송에서 "거리에는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며 "희생자 중에는 젊은 산모와 갓난아기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이티 총리실은 공격 주체가 그랑 그리프 갱단이라고 적시했다.
그랑 그리프는 10여년전 국회의원이었던 프로판 빅토르가 아르티보니트 지역에서 자기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무장시켜 만든 폭력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럭슨 앨런이라는 이름의 남성이 이 갱단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빅토르와 앨런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게리 코닐 아이티 총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형언할 수 없는 잔인성을 지닌 이 공격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다"며 "아이티 국민들은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희미한 기억에 불과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일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반구 최빈국으로 수십년간 빈곤, 자연재해,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려온 아이티에서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사실상 '무법천지'로 전락했다.
대부분 미국에서 밀반입된 것으로 알려진 살상용 무기로 무장한 아이티 갱단은 민간인에 대한 살인·납치·성폭행뿐만 아니라 현지 경찰관들을 직접 겨냥한 테러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케냐 주도 경찰력이 치안 지원 임무를 맡았지만, 부족한 인력과 재원 문제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넘어 그간 별다른 폭력 상황이 보고되지 않던 외곽 도시로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아이티언타임스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