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계천의 눈부신 변신

2005-10-14 (금)
크게 작게
박민자(의사)

한국에 가면 내가 먼저 달려가는 곳은 서울의 국제 명물, 치열한 삶의 현장인 재래시장이다. 작년 10월 한국에 들렸을 때 나는 청계천의 평화시장을 향해 달리는 동안 택시 운전기사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청계천이 복구되면 환상의 도시가 되겠지요”라고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아니지요. 환상이 아닌 교통지옥의 망령의 도시지요.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하라는 나라 살림은 안 하고 여기저기 헐어내고 뜯어내고 부수고, 제 정신이 아니지요. 울화가 치밀어 이민이라도 확 떠나고 싶어요” 운전기사는 내가 목적지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까지 기염을 토했다.

그 후 꼭 일년만에 청계천이 복원되어 서울 한복판을 가르는 잉어, 붕어, 송사리 등 물고기들이 꼬리를 치며 헤엄치고 다니는 맑은 시내물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이제 세계는 한 울타리, 한마당 안에서 사는 한 가족과 같은 시대다. 청계천의 눈부신 변신의 소식은 마치 산불이 번지듯 지구촌 구석까지 전해지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복원된 청계천에 무지개빛, 다양한 물줄기를 뿜어올리는 분수는 환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를 살린 아름다운 공간인 하류 버들습지에 청둥오리를 비롯해 백로와 흰뺨 검둥오리 등이 날아오고 있다. 시민들은 갈대가 우거지고 나무와 풀이 숲에서 뿜어내는 맑은 산소를 흠뻑 마시고 살아갈 것이다.


인간의 호흡으로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식물들이 흡수하고 나무는 인간이 호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그러니 자연과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공존해야 하는 우주의 법칙을 지니고 있다.청계천의 복원이라는 큰 업적은 한 정치지도자의 이상과 꿈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자연의 품으로 안기려는 목마른 갈망,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과 가치관이 정치 지도자들의 뛰어난 순발력과 추진력으로 맞들린 절묘한 예술작품이다.청계천의 복구는 역사의 재조명과 서울 강북의 경제 활성화, 환경 개선 등 많은 의미를 지닌다.

청계천에 흐르는 시냇물은 600년 도읍지의 역사의 숨결과 애환을 담고 흐르고 있으나 근대화의 혁신적인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미래를 향해 줄기차게 달려가야 할 것이다.지금도 표류하고 있는 금강산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개성공단의 기차가 생산품을 가득 싣고 숨가쁘게 달린다면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한국의 르네상스가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그래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후손들의 어깨에도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