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청 감청

2005-10-12 (수)
크게 작게
추재옥(의사)

존슨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마틴 루터 킹이 그의 백인 여비서와 모텔에서 정사하는 괴성을 도청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었다. 벌써 40여년 전 얘기니까 지금쯤은 전세계 수뇌들의 안방 침실 내부까지 영상 녹음이 가능할 것이다.미국은 자국의 방어를 위하여 도청에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쓰고 있다. 120여개의 첩보위성, 하루 30억통 이상의 도청, 요원만 4만명 이상, 거의가 명문대 출신의 수재들이다. 거미줄처럼 지
구 위에 전자망을 깔아놓고 24시간 도청을 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도청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치욕의 임진왜란, 동족상쟁의 6.25참변 등도 정보 판단이 정확했더라면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사업체 운영, 비행기 자동운항기, 환자의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MRI 등 정확한 정보 없이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현실이다.정치, 경제, 산업, 과학 각 분야에서 정보전쟁이 승패를 좌우한다. 정보기관 없이는 무정부상태나 다름이 없다. 월남전 당시 냉장고 크기의 셀폰으로 계속 적군의 정보를 분석하고 어느쪽으로 공격해야 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을 보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적을 알아야만 승산이 있다는 예기는 옛부터 잘 알려진 진리이다.


병장과 장군이 소유하는 기밀문서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가의 1급 비밀을 새파란 젊은 검사의 진두지휘로 국정원을 쳐들어와서 트럭에 싣고 가는 것을 보고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수령님께 다 갖다 바치는 것이 나을 것 같다.FBI나 KGB에서 이런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허락 받고 열람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박스채 들어내 가는 국정원 기능을 마비시키는 짓거리는 삼가해야 할 것이다.국가는 안보를 위해 도청은 필요하겠지만 국민의 자유, 안녕, 사생활의 비밀은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의사도 환자의 기록은 죽을 때까지 누설 않는다. 칼이 강도에 의해 씌여지는 것과 의사가 집도할 때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존 가티가 6년만에 700만달러 보석금과 전자감시 등 조건부로 감옥에서 풀려 나왔다. 병원에서도 일부 정신과 환자들에게는 발목에 전자 족쇠를 달아주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정치 입문생들에게는 돈 계산시 사용법 외에는 가르칠 필요가 없겠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도적들에게는 차라리 족쇠를 채워 평생 도청하도록 하자.앞으로 어떻게 치열한 국제경쟁에 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는 외면하고 500년 전 부관참시, 사색당파, 과거사만 들추며 오리무중 후퇴하는 정국이 혼란스럽다. 벌써 케케묵은 사건들을 가지고 도청 감청 운운하면서 귀중한 시간과 혈세를 낭비하는 연극은 빨리 그만 두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