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로에 선 지구

2005-10-12 (수)
크게 작게
김륭웅(공학박사)

2004년 말의 쓰나미, 2005년 8월 말의 강도 5의 카트리나 태풍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가 그리 크지도 않고 그리 안전한 곳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으리
라.
태양계의 9개 행성 중 4번째로 큰 지구의 직경은 1만3,000km가 채 안된다. 한반도 길이의 10배
정도이다.
우주 속에 있는 모든 별들의 숫자를 지구상에 있는 모든 모래알의 수와 같다고 했을 때, 지구
는 그 모래알 하나 정도도 안된다. 해가 갈수록 한발-홍수-태풍 등이 더 빈번히 일어나고 그
강도도 높아가고 있다.
왜 그럴까.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난지 250년, 그 이후 화석 연료의 소비량은 급격히 증가하였지만 현재의 지구
온난화는 지난 50년간 소비된 석유, 석탄 때문이다. 이런 화석 연료를 태움으로써 생기는 탄산
가스가 태양에서 지구로 도달한 에너지를 다시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둠으로써
생기는 온실 효과로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마치 비닐하우스가 따뜻한 것처럼.

지금까지 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지구의 온난화가 해류의 변동을 가져왔는데 이 해류의 변동이 엘니뇨-한발-홍수-태풍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전에 디스커버리 방송국에서 이 문제에 대해 컴퓨터 모의 결과를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서기 2015~2020년 사이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의 재해로 인구의 1/3이 죽는 것으로 나왔었다.
1/3이라,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이다. 많은 학자들은 45억년간 버텨온 지구가 앞으로의 50년 동안에 ‘사느냐 죽느냐’ 하는 중대 기
로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9월 특집호에서도 이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우리네 살림살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현재 어디쯤 와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
현 시점에서 지구가 안고 있는 위험을 지구 외적인 요소와 지구 내적인 요소로 나누어 생각해 보고 싶다.


지구 외적인 요소는 거의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외적인 요소의 첫째는 지구에 충돌할 지도 모르는 외계의 운석이다. 이 문제는 ‘딥 임팩트’ 같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었었. 6,500만년 전 크기가 4km 정도 되는 운석이 지구에 충돌 - 그 먼지가 태양을 수십년간 가림 - 모든 식물이 죽음 - 모든 동물이 죽음으로 지구상의 생물이 멸종하였다. 앞으로도 지구상에 크기가 2km 정도 되는(어찌보면 매우 작은 것인데)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는 멸망한다. 학자들은 그 확률이 매우 낮다고 하지만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갑자기 몇년의 시차를 두고 지구로 돌진해 오는 운석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되면 뾰족한 수가 없다. 지금도 24시간 애리조나 대학 연구진들이 밤하늘을 보고 있다. 운석이 지구를 향해 돌전해도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도 우리가 ‘준비라도 하기 위해서’.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또 하나의 큰 위험은 우주에서의 폭발이다. 1999년 1월 23일 뉴멕시코주의 천체 망원경이 관찰한 사실이다. 9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대폭발이 있었는데 만약 그 폭발이 수천광년 떨어진 곳
에서 일어났더라면 폭발의 방사능으로 지구의 모든 생물체가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은하계 밖에서 대폭발이 있었는데 그 폭발이 은하계 내에서 있었다면 지구의 바닷물은 모두 증발되고 그것으로 지구는 멸망했으리라고 한다. 태양의 수명은 100억년 정도이다. 물론 100억년이 지나면 태양이 다 타고 이를테면 한 줌의 재로 변해 지구고 뭐고 다 죽는다. 그런데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5억년 정도가 지난 후 태양의 질량이 현재보다 5% 정도 줄었다고 하면 그로 인해 지구를 포함한 9개 행성과 태양간의 인력에 변화가 생겨 현재의 궤도에서 이탈해서 우주공간으로 튕겨져 나갈지 모른다.5억년이 아닌 1억년이 지난 후에도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리보면 지구의 수명도 그리 긴 것이 아니다.

지구 내적인 위험은 ▲에너지 고갈로 인한 인류문명의 위기 ▲환경오염-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엄청난 증가 ▲종의 다양성(Biodiversity)파괴 ▲인구문제 등일 것이다.지금의 화석연료는 50년 정도면 고갈될 것이다. 그런데도 참으로 아둔한 인간들은 ‘케세라세
라’ 하고 있다. 대체연료는 너무나 미미하여 잘해야 20% 정도의 수요를 채우게 될 것이다. 그것도 20~30년 후에나 유일한 희망은 핵융합인데 2050년까지 성공할 확률은 50%도 안된다.핵 융합만 성공하면 바닷물을 원료로 거의 무한정한 에너지가 공급되니 인류의 큰 걱정거리가
없어진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인류가 당면한 제일 큰 문제는 지구 온난화의 부작용인데 앞은 너무 어둡다. 지금 당장 모든 자동차가 운행을 중지하고 모든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아도 지구의 온난화는 몇십년간 계속된다. 앞이 캄캄하다. 그러면 앞으로 과연 인간이 살 수 있을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