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즐기는 뉴욕생활

2005-10-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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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대우)

지하철 테러 위협으로 뉴욕시민들이 잔뜩 움츠러든 요즈음 같은 때는 더욱 여유로움을 가질 필요가 있다.10월 들어 한인 가을음악회와 전시회가 쏟아지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번쯤 짬을 내 재미 있는 작품들도 감상하고 모처럼 가족들과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긴장감을 풀며 잠시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롱아일랜드시티 7번 전철역인 퀸즈 플라자 역 근처에만 가도 가볼만한 전시회가 여러 개 있다. 시티 은행 근처 잭슨 애비뉴 선상의 조각센터에 가면 여러 작가들이 만든 매우 실험적이고도 개성 있는 설치작들이 전시돼 있다. 허름한 공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 조각센터는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작가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실험적이고도 독특한 설치작이나 조각, 회화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10일부터 11월27일까지 여러 설치작들이 선보이고 있다.


일단 센터 입구 3,000스퀘어피트 규모의 마당은 푸른 숲이 그려진 나무판이 깔려 있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핑크색과 옥색의 대형천이 천정에 매달려 있다. 한 전시실에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이는 은박지 트리 설치작이 있고 벽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사진작품들이 걸려 있어 공원 산책로에서 보는 풍경을 연출한다. 1층 계단을 내려가면 약간은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전시장이 나온다. 어두운 톤의 회화 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고 바닥에는 종이들이 널부러진 채 둥근 의자들이 놓여 있는 것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나 이것 역시 작품이다. 또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는 모마(뉴욕 현대 미술관) 분관인 PS1 미술관이 있고 이곳에서는 약간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독특한 비디오, 회화, 사진, 설치작품들이 시선을 끈다.

퀸즈 플라자 전철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버논 블러바드 선상의 이사무 노구치 미술관도 가볼만한 곳이다. 일본계 미국 조각가로 선불교 사상에 영향을 받은 돌조각으로 유명한 노구치가 생전 공장을 인수, 작업장으로 만들었고 훗날 미술관으로 개조한 이곳에는 매우 명상적인 그의 조각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을 둘러보면 사색의 정원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렇듯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만 가볼만한 미술관과 화랑들이 곳곳에 있다. 비단 맨하탄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둘러보면 뉴욕 곳곳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처럼 미술작품 뿐 아니라 공연물을 쉽게 접할 있는 곳이 뉴욕이기에 뉴욕에 사는 것만으로도 타주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요즘 후배들은 뉴욕의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한 채 학위만 따고 가버린다’는 한 뉴욕 중견화가의 말처럼 우리 한인 뉴요커들은 뉴욕생활을 제대로 즐기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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