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편지를 보냅시다

2005-10-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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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목사/칼럼니스트)

인천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하려는 시도는 엄정한 실정법 위반이다. 공산주의자들과 휴전선으로 대치되어 매년 수 조원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반공법이 육법전서에 엄연히 기록되어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기하고 공산주의자들과 같이 싸운 혈맹의 동지인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려는 것과 방조하는 것은 국시를 위반하고 한미방위조약 등 국제협약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 정부는 이번의 사태를 소홀히 처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역사는 뜻밖에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사태로 인하여 커다랗게 물길을 바꾼다. 사라예보의 한 방의 총성이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유럽의 대부분의 왕국들을 몰락시켰다. 이한열 학생
의 죽음은 6월 항쟁으로 이어져서 한국에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정부가 이번에 인천에서 발생하고 있는 맥아더 장군 철거시도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정권의 정체성이 명백해지고 향후 지지기반의 판도가 명백하게 달라지게 될 것 으로 보인다.

맥아더 장군 동상의 보호를 방조해서 일부 과격파들의 행동이 성공한다면 중도개혁을 지지했던 사람들 마저 모두 얼굴을 돌릴 것이다. 한국 사회의 개혁은 지지하더라도 북한식 공산주의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로 맥아더 장군 동상은 역사적 상징성 뿐 아니라 당대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칠 팔십년대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으로 민주화 투쟁과 노동운동에도 깊이 참여했었다. 일천한 나의 경험으로 극좌파는 진보파의 동지가 아니고 오히려 경계해야 할 대상이며, 극우파는 보수파와 동색인 것 같으나 그 역시 몰락을 선도하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해방 후 군부독재와 보수정당의 장기집권으로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졌고 그 반면 경제적 고도성장에서 소외된 저소득층과 사회보장이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을 모처럼 개혁정당이 집권을 해서 개선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통일 역시 우리의 목표이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우리의 정체성이며 실체인 것이다. 현 정부는 일의 우선 순위를 확실히 인식하고 통치권과 행정력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현 사태를 책임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로 한미 우호에 금이 간다면 한국 경제나 정치에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 더욱이 미국에 사는 250만 동포들과 자녀들 마저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은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그 상징성 면에서 현대와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동상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94년도에 일인데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쇄신위원회가 발족돼서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신문에서 행쇄위 결정으로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에 서있는 충무공 동상을 철거하고 세종대왕 동상으로 대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거리이름과 동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즉각 국무총리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썼다. 당시 중앙청으로 쓰이던 조선총독부건물이 엄연히 서있는 상태에서 현 위치의 충무공 동상은
절대로 철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수많은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중앙청 건물을 보고 자랑스러워하다가 그 앞에 충무공 동상을 보고 고개 숙이고 갈 것은 ‘당근’ 아닌가? 만일 철거를 시작하면 나는 단호히 시위대를 조직해서 막을 것이라고 엄포도 했다. 그 후 두 주일 가량 지나서 노란 봉투의 관제 편지가 왔다. 내용인즉 나의 의견이 접수되어 문광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어서 신문기사에 충무공 동상이 현 위치에 그 역사성으로 인하여 계속 보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맥아더 장군 동상 보존을 위해서 편지를 써야겠다. 맥아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를 철거하려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 다같이 편지를 쓰자. 주소는 간단하다. ‘대한민국 대통령 귀하 South Korea’ ‘ 경기도지사 귀하 South Korea’ 경기도 손학규 도지사는 60년대 ‘운동권 3총사’로 불리며, 민주투쟁 노동운동을 전개했고, 서울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한 이론가이며 실천가로 알려진다. 대학교수, 국회의원, 장관을 거쳐 경기도지사로 선출됐고 대권을 향해 가는 여권의 유력한 인사이다. 경기도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번 사태는 대권가도를 가는 손학규 지사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국의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날뛰는 극좌파 혹
은 무지한 과격파들에게 휩쓸리느냐, 아니면 행정력으로 엄격하게 제재 하느냐하는 것으로 손 지사의 현실정치의 능력을 가름하게 될 것 같다. 경기도지사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 라도 ‘맥아더 장군 동상 절대수호’ 편지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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