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쓰나미성금파동’에서 본 우리 사회와 언론

2005-09-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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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열 (조선족)

최근 우리 한인사회에 최대 이슈가 라디오코리아의 쓰나미 성금 늑장 지급이 야기한 파동이다. 늑장 지급이 열흘도 아니고 보름도 아닌 장장 8개월간의 늑장이다. 다른 문제사항(모금자격, 저축계좌, 금액토탈 등등)을 다 접고라도 ‘늑장 지급’ 하나에 대해서만이라도 이유야 어떻든
입이 열개, 백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당연한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라디오 코리아는 그동안 할 말도 많았다. 이에 대해 한인들은 변명 아닌 변명에 모두들 격분해 하고 있다. 말을 이리저리 둘러대고 무슨 가당치도 않은 “분열이요” “음해요” “악의에 찬 보도요...” 하는 말들로 하여 음성 좋고 말담 좋아서 평상시 많이 호감가던 아나운서
들도 그동안 역겨울 정도다.

언젠가 라디오를 틀었더니 어떤 기자가 북한의 평양방송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격앙된 목소리로 한국일보의 ‘가당치도 않은 악의에 찬 보도’를 성토하며 한인사회를 ‘분열로 몰고 가고 있는’ 한국일보를 성토하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가 언론자유와 언론의 공정성이라고 생각된다 하여 언론이 사회를 리드하고 언론이 정치를 지도하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대통령도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나 델리뉴스나 CNN 방송 등 유력 언론들의 동향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며 거기서 민심도 읽고 그것을 기초로 유익한 정책 방향도 제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만큼 언론의 작용이 중요하므로 언론은 그만큼 신속하고 정확하
고 대담해야 하며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야 살아남는 것 이고 이래야만이 참다운 언론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금번의 한국일보의 행위는 돈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대담하게 문제를 적발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언론으로서의 대담성과 사명감을 지닌 행위로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헌데 문제를 일으킨 라디오코리아는 원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한국일보가 들쑤셔 문제를 만
든 것처럼 억울해하며 특집 보도까지 방송해가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 왔다. 중앙일보도 남의
말을 골라 인용하며 은근히 한국일보의 행위를 ‘분열행위’라고 나무라는 어투로 편 가르기
식으로 대처하며, 원칙성 없이 라디오코리아를 편들고 있다.
이는 언론의 공정성을 떠나 언론의 도덕성도 의심되는 일이다. 그리고 소위 성금관리위원으로
임명된 현임 한인회장을 포함한 우리 한인사회 유지 인사들 조차도 라디오코리아에 나가 라디오코리아의 정당성을 거론하며 원칙없이 편 가르기식 논쟁에 휘말리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한인회장은 또 부랴부랴 기자회견으로 입장을 재정리하는 일까지 있었다).한인회장은 한인사회의 제일 어른된 단체장으로서 문제를 되도록 좋은 쪽으로 해결되도록 ‘중재’역을 떠맡고 나섰다. 그래서 기자회견도 하고 전하지 못한 문제의 성금도 라디오코리아로부터 받아 안았고 되도록 문제를 조용히 끝내서 풍파를 덮는 쪽으로 갔다.

성금 전달을 여기저기 연결 달아서 부랴부랴 누구에겐가 줘버린 것이다. 귀중하게 모아진 성금이 마치 처리하기 힘든 애물단지처럼 여기서 거절당하고 저기서 거절당한 수모끝에 간신히 처리되었다 하여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언론과 우리 사회는 새롭고 참신하게 자기의 모습을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끝까지 밝히고 해결해야 한다. 상처가 곪은 것은 상처를 도려내서 상자 속의 고름을 짜내야 새 살이 살아날 수 있듯이 이번 일도 특히 똑똑히 해명하고 분명히 잘 잘
못을 따지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서 언론이 가져야 할 진실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우리 한인사회를 리드할 수 있는 훌륭한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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