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판촉행사의 역효과

2005-09-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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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플러싱에 거주하는 이모 주부는 얼마 전 집 부근에 있는 한인 대형 식품점에 물건을 사러갔다가 낭패를 봤다. 신문에 나와있는 세일 정보란을 보고 나물을 구입하러 갔다가 물건 값을 놓고 직원과 한바탕 입씨름을 했기 때문이다.

나물을 구입해 계산대에서 직원에게 내밀자 직원은 신문에서 봤던 가격이 아닌 평소 가격을 청구한 것. 이씨가 세일 품목이 아니냐고 따져 묻자, 직원은 ‘알아볼 테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 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컴퓨터 가격 입력이 잘못 됐기 때문’이라며 별일 아니란 듯 환불해주었다.


세일 가격과 평상시 가격이 1달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자기보다 먼저 다녀간 대부분의 고객들이 세일 품목을 할인된 가격이 아닌 보통 가격으로 구입해 갔다는 사실은 결국 식품점으로부터 우롱당한 것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본의든 아니든 고객들을 우롱하는 판촉행사는 한인업계에 이 뿐이 아니다. 걸핏하면 내걸고 있는 업소들의 사은행사도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로는 모든 고객에게 준다고 하지만 숫자가 제한돼 있는데다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은품을 아예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뜻밖의 호응으로 사은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일어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업주들은 변명하지만 잔뜩 기대를 걸고 찾아온 고객들은 쓴 맛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가 상품들을 푸짐하게 내건 경품 행사도 때때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때가 많다. 한국왕복항공권, 고급 TV, 김치냉장고, 랩탑 컴퓨터 등 고급 경품을 준다고 하지만 여기에 꼭 휴 몇 달러짜리 밖에 안되는 상품권도 곁들여 진다. 일부러 업소를 찾아 물건을 구입한 고객들은 결국 대부분 상품권 한 장 달랑 들고 허탈해하기 마련이다.

한인업소들마다 연중무휴 세일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장기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업소들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이벤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고객 유인책이 돼야 할 업소들의 판촉행사가 고객들의 발길을 더욱 떨어뜨리는 실책이 돼서는 안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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