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쓰나미 성금 보도 신문사 언론의 소임 다했다

2005-09-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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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뉴저지)

‘누구 잘되는 꼴 못보는 게 한국사람’이라는 또 하나의 검증 안된 단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같은 심성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천성적으로 착한지 악한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열심히 그리고 의연하게 자기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박찬호와 그를 폄하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 한켠이 쓸쓸해지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패배자들의 초라한 질투와 시기가 혐오스런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다만 노력하는 자, 소임을 다하려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게으르고 느슨한 자들의 돌팔매는 혐오스럽기 보다는 측은해 보인다.

요즘 한인동포사회에 어느 라디오방송사의 쓰나미 성금 모금과 관련한 뉴스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유가 어찌됐건 성금으로 다만 얼마의 돈이라도 낸 사람의 입장에서 못마땅한 것은 분명하다. 피해 당한 사람들이 요긴하게 써서 절망을 극복하라고 낸 돈이 아직도 방송사의 은행구좌에 오랫동안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유쾌할 리 없다. 원래 해당 방송사에 대해 그다지 큰 도덕적 기대를 안하고 있던 탓인지, 이슈가 되고 있는 뉴스 그 자체보다도 솔직히 더 관심이 가는 현상 하나가 있다. 최초로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신문사에 대한 다른 신문사의 반응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은 동포들의 입장에서, 특히 성금 기탁자의 입장에서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낸 돈이 아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지 않았고, 그렇다면 언제 전달이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요, 알고 싶은 권리 아니겠는가? 즉 처음 이 기사를 게재한 신문사는 독자들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보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보도를 하지 못한 다른 신문사가 처음 이 사실을 보도한 신문사에 대해 ‘동포사회를 분열시키는 기사’를 쓰고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해 보인다. 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해주는, 즉 언론의 소임을 다하는 신문사에 대해 ‘쉿, 누가 들으면 시끄러워지니
조용히 하세요’ 해야 한단 말인가?

세상이 시끄러울까봐 높은 사람, 힘 있는 사람이 노여워할까봐 언론이 입을 닫아야 한단 말인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알 권리 있는 사람들이 알게 하는 일이 단지 소란을 일으켰다는 이유, 분열을 조장했다는 죄명으로 단죄되어야 한단 말인가? 처음으로 이 기사를 보도한 신문사와 기자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본다. 보도 이후에도 여러가지 골치아픈 문제들에 직면하리라 예상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당 라디오 방송사가 추호도 틀림이 없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기사를 쓴 기자는 요즘 매일 아침 사표 쓸 각오로 출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사가 될만한, 아니 분명 중대한 이슈가 되어야 마땅한 사안을 보도하고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신문사와 해당 기자, 그리고 이같은 사실을 관심없이 흘려 보냈는지 아니면 생각조차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뒤늦게 기사화하며 오히려 이같은 보도를 한 신문사에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는 또 다른 신문사를 보며 노력과 성실함으로 꿈을 이루고 프로정신으로 무장해 오늘도 경기에 나서고 있는 박찬호와 그런 그를 질시하고 평가 절하하는 호사가들이 떠오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금까지 게을렀으면 이제부터 부지런하면 된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시기하고 폄하하려는 자세 보다는 인정하고 배우려는 생각을 갖는다면 더 많은 것을 얻게되리라 본다. 신문사는 독자를, 기자는 보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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