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락한 성 문화

2005-09-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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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성에 대한 이야기는 성서에서부터 거리의 대중잡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많은 관심을 모으는 중요한 문제이다.하느님은 인간을 남과 여로 만드시고 모든 생물의 암과 수를 만드시어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축복해 주셨다. 다른 동물들은 번식을 위해 일정 주기를 두고 교미를 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쾌락을 위하여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즐기고 돈을 벌기 위해 성을 상품화 시킨데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다.

옛날의 성은 치마단으로 젖가슴을 싸매고 긴 치마로 감추듯이 은밀하고 부끄러워하는 성이었다. 성의 개방시대가 되더니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위해 더 벗어던지고 자기의 누드를 상품화시키는 시대가 되었다. 성 범죄와 사생아들이 늘어나고 여러가지 성병과 에이즈가 퍼져도 인간의 그릇된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멋지고 매력있다는 말을 ‘섹시하다’고 한다.


요즈음의 상품 판매를 위한 광고전략은 섹시한 것에 맞추기에 바빠져 있다.구약성서 레위기 18장에는 해서는 안되는 섹스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근친상간을 해서는 안되며 이웃의 아내와 잠자리를 해서는 안되며 동성애를 해서도 안되며 짐승과 교접을 해서도 안된다’고 경고해 주셨다. 어느 하나라도 부정한 짓을 하면 그 죄악을 벌하리라 하셨다. 신앙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한번쯤 음미해 보아야 할 구절이다.

지난 역사 속에는 인간들이 얼마나 성적으로 타락했는지를 자주 보게 된다. 로마의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목욕탕은 귀족들의 섹스 유희의 흔적이라 한다. 사우나탕에서는 무슨 짓을 하는지 자주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역사 속의 왕조의 몰락은 성의 문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식민지 조선의 어린 처자들을 군대 위안부로 끌어다가 성에 굶주린 군인들의 섹스 배설구 노릇을 시키고서도 아직도 반성할줄 모른다. 부녀자를 납치해서 사창가에 팔아넘기고 외국에 팔아넘기는 조직이 있다면 얼마나 슬프고 놀라운 일인가.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가슴이 뛰거나 여인들이 근사한 남자의 벗은 모습에 맘 설레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마음속의 정염을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는 개인의 잘못일까.다윗왕은 목욕하는 병사의 아내를 취했다가 혼이 나고 유족대사는 황진이를 업어주고 십년의 도 닦음이 헛것이 되었다. 룻소가 유부녀들과 놀아나고 쇼펜하우어와 슈벨트가 매독 환자였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사람들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나체화는 춘화라고 외설시 하고 로댕의 나체 조각이나 루벤스난 티치아노의 나체화를 미술관에 모셔두고 명화라고 감상한다. 심지어 성모상이나 관음보살상을 여인의 육감적인 모습으로 조각해 놓고 감탄한다. 가장 인간적이고 현대적이라 평가받는 문학작품 속에는 섹스 묘사가 양념처럼 들어 있다. 지금도 헐리웃 어디엔가는 낯 뜨거운 포르노 비디오를 제작하여 엄청난 부를 챙기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인간들 스스로 자랑하는 문명과 문화의 탑 위에 무절제한 성으로 말미암아 구린내를 뿌려버렸다.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으로 만나 부부로 결합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시는 것이라면 인류의 희망은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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