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웰컴 투 동막골

2005-09-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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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간만에 한국에 갔다가 괜찮은 영화 한편을 보고 왔다. ‘웰컴 투 동막골.’6.25 전쟁이 일어난 사실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강원도 한 산골 마을이 동막골이다. 이곳에 한국군과 북한군 낙오자, 추락한 미국 전투기의 미국 병사들이 순박한 마을 사람들과 어울어져 만들어내는 스토리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면,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힌 북한군 낙오자 3명과 전쟁 중 민간인에게 피해를 줘 자책하면서 탈영한 한국군 장교와 병사, 비행 중 추락해 이곳에 떨어진 미군 병사 한명은 서로를 경계하고 대립한다.

치열한 이념과 사상의 차이, 죽고 죽이는 살벌한 전쟁의 순간에서 이들은 마을 사람들의 훈훈함에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간다. 그러나 추락한 미군 조종사를 찾던 연합군은 동막골에 북한군 기지가 있다고 오판해, 폭격을 하려고 한다. 미군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특공대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한국군과 북한군, 미군 병사는 힘을 모아 폭격 지점을 바꾸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느끼는 것은 산천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색상 등을 보다 강하게 표현해서 그런지, 흔히 보는 산천인데도 아름답기 그지없다.억지로 남북한군의 화해를 이끌어내지 않는 것도 영화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동작이 정지된 만화적 표현이나 폭탄이 터지면서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 등은 동심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 덕에 한국에서는 강원도 사투리가 ‘뜨고’ 있다는데, 정말 감칠맛나는 사투리는 일품이다.

남북한군이 연합군을 구성해 총부리를 미군 폭격기에 돌려대는 장면이 작위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적 긴장 차원에서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굳이 이 영화를 장황하게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맥아더 동상의 철거와 6자 회담 등으로 북한 등에 대한 악감정을 속이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 화해와 관련, 많은 진
전이 있었고, 우려했던 문제들도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냉전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들어 북한이 유연하게 나오면 ‘작전상 수법’이고, 강하게 나오면 변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논리적으로 맞는다면 옳다고 인정해주는 아량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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