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번엔 왜 성금위원회 구성 안했나

2005-09-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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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1부 부장대우)

지난해 12월 발생한 쓰나미 성금을 전문구호기관에 전달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는 라디오코리아가 최근 모금한 카트리나 이재민 돕기 구호성금은 미 적십자사와 휴스턴 총영사관에 각각 3만, 6만달러를 전달키로 했다고 지난 13일 뉴욕한인회에 알렸다고 한다.

라디오코리아가 카트리나 성금은 왜 이처럼 ‘신중치 못한’ 결정을 내렸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쓰나미 사태 때는 재난 발생 49일만에 성금 전달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을 가졌고 얼마전까지도 전달을 미루어 왔다. 반면 카트리나 경우 19일만에 성금수혜처를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다. 카트리나 피해자에게는 쓰나미 때와는 달리 중장기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면 이같은 판단은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쓰나미 성금 처리 방식대로 성금 전달 시기 및 수혜처를 신중하게 결정하자면 당연히 성금위원회를 구성했어야 옳은 것 아닌가. 쓰나미 때처럼 후러싱 제일교회 김중언 목사, 뉴욕한인회 이경로 회장, 뉴저지 한인회 김진국 회장, 뉴욕한인회 김영덕 전 이사장, 직능단체장 협의회 이영철 전 회장처럼 한인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덕망있는 분들을 성금위원으로 모시지 않고 라디오가 스스로 19일만에 내린 이같은 결정은 쓰나미 때와는 배치된다.

카트리나 성금을 종전과 달리 얼른 전달했다는 것은 결국 쓰나미 성금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라디오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라디오의 보다 큰 잘못은 성금 늑장 지급 등 모든 결정은 성금위원회가 했고 자신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식의 발뺌이다. 라디오는 지난 9일 발표한 ‘쓰나미 성금에 관한 성명서’에서 “9월9일 열린 4차 성금위원회는 관련사항에 대해 토의한 결과 현재 뉴욕 라디오코리아가 보관하고 있는 성금의 투명성에 대해 100% 인정했습니다“고 강조했다. 이후 라디오는 이보다 이틀전인 7일 해명 방송에 출연해 발언했던 김중언, 김영덕, 이경로, 김진국, 이영철 위원 등의 발언 내용을 수시로 반복해 내보냈다. 결국 라디오는 이
들 성금위원이 9일 회의에도 참석, ‘쓰나미 성금에 관한 성명서’ 내용에 동의한 것처럼 호도했다. 여기에 이용당하고도 한동안 이를 그대로 방치했던 성금위원들도 문제지만 라디오의 왜곡 방송은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라디오가 성명서와 함께 공개한 성금 관련 계좌 내역이다. 이 내역은 라디오의 투명성 보장은 커녕 오히려 의문점만 더 키우게 한다. 지난해 12월에서 이월된 2만7,000달러는 어떤 용도의 돈인지 궁금하다. 라디오는 성금에서 비용을 한푼도 떼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해오다 9일 이후 슬그머니 흘리기 시작한 회계 법률비는 또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라디오는 매일 “한국일보가 악의적인 오보를 하고 있다”, “한인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악의적인 오보를 하고 있는지 한인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지는 라디오를 듣는 한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같다.쓰나미 성금 문제는 해결책이 간단하다. 이월금 2만7,000달러가 왜 소위 ‘쓰나미 성금 특별구좌’에 들어있는지 그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 회계비용은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으며 회계비용을 지불한 곳은 어디인지, 모아진 성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기부자에게는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만 대답하면 된다.

라디오는 한국일보가 카트리나 구호 성금 모금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거듭 거듭 억울해 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제발 라디오가 하루빨리 간단한 해결방안에 응하고 투명성을 입증한 뒤 앞으로 보다 많은 성금을 모아 보다 좋은 일에 써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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