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일확천금

2005-09-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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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요즘 출근길 뉴저지 턴파이크를 타고 오다보면 한 빌보드가 운전자의 관심을 유독 끌게 한다. ‘메가 밀리언 200밀리언 달러’단 1달러를 투자해 재수가 좋으면 200밀리언 달러, 즉 2억달러를 한순간에 차지할 수 있다는
꿈과 욕심으로 많은 한인들이 약 1억5,000만대 1이라는 천문학적인 당첨확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도나도, 또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끼리 ‘힘을 뭉쳐’ 백만장자에 도전하고 있다.

‘일확천금’은 90년대의 호경기가 현실로 만들어낸 ‘신기루’이다.
하루 15시간 땀을 흘리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소상인들은 90년대 증권시장의 호황으로 ‘금융업계에 뛰어든 20대의 새파란 젊은이가 연말 보너스로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는 기사를 신문을 통해 읽으며 ‘일확천금’의 실현 가능성에 도전해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뿐인가? 불과 5~6년전 부동산에 투자해 몇 배가 넘는 수익을 건진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 상당수에 달한다. 이와 같은 ‘대박 개념’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고 있다.‘성공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라는 가르침을 받아온 학생들은 ‘뉴욕 양키즈의 알렉스 로드리게즈 선수의 게임당 수당이 5만달러에 달한다“, ”타이거 우즈가 한 경기에서 받은 상금이 엄청나다“는 소식을 접하고 수학책 대신 야구 글러브나 골프채를 잡는 사례가 이제는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90년대의 ‘일확천금’이란 단어는 언론의 책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는 로드리게즈가 얼마를 받으며 야구공을 때리는 지에 초점을 두고 보도했지만 그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복권만 해도 마찬가지다. 복권과 관련된 뉴스의 초점은 과연 잭팟 액수가 얼마인가이지 당첨 확률이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은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일확천금’을 부추기는 언론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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