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내일은 태양이 뜬다

2005-09-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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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세상이 뒤숭숭하다. 9.11이 가까워서 그런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던 9.11때 한 달간 휴가 중이었다. 이번 뉴올리언스 재해도 부시 대통령이 한 달간 휴가 중에 일어났다. 우연의 일치일까. 왜 하필 바쁘신 대통령께서 쉬겠다고 한 달씩 휴가를 낸 사이에 이렇게 초대형 사고들이 터지는지 모르겠다.9.11테러 사고 후 이와 비슷한 글을 쓴 것 같다. 서민들은 땀 흘려 민생고를 해결하느라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데 부시 대통령은 휴가를 냈다 하면 한 달이다. 어느 누군가 통계를 냈나보다.
부시가 지난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 낸 휴가는 거의 1년에 가깝다 한다. 미국이라는 대형국가를 거느리다보니 골치 아픈 일이 많아 휴가를 냈다하면 한 달씩 쉬어야 하나보다.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는 해수면보다 낮은 도시다. 그래서 피해가 더 커진 것 같다. 이번 수재 피해가 금전적으로만 약 2,000억 달러에 달한다. 엄청난 액수다. 도시를 다시 재건한다 하더라도 해수면보다 낮은 뉴올리언스를 지면위로 끌어올리기 전에는 또 다시 이런 대형 수재가 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니 난감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그 도시 자체를 아주 없애버릴 수만은 없을 게다. 이번 수재의 경우도 연방정부가 조금만 일찍 서둘러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대비했더라도 이렇게 큰 인명피해와 손해는 줄였을 것이라 한다. 어쩌면 지난 9.11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조금만 더 테러에 대비했더라도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릴 만큼 그렇게 커다란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게다.


부시 대통령은 사건을 불러일으키는 운을 가진 사람이라고 누가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모욕적인 말도 없다. 부시 대통령의 운이 9.11를 불렀고 이라크 전쟁도 터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쏟아져 들어갈 것이다. 이 돈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건가. 국민들의 혈세로부터 거두어지는 것들이니 국민들만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는 개스 값은 또 어떤가. 이런 것도 다 부시 대통령이 화를 불러오는 운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강변하는 이들도 있다. 20달러 30달러 넣어도 풀로 차던 개스가 이제는 60달러 80달러씩 넣어야 한다. 서민들만 죽어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별로 뾰족한 수도 없으니 더 답답한 노릇이다.

이라크 전쟁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며 그곳에서 죽었고 죽어가고 있다. 그들이야 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죽어도 좋다는 조건으로 군에 입대해 국가의 명령대로 전장에 나가 죽은 군인들이다. 전사하면 남은 가족에게 보상도 나오고 국군묘지에 묻히는 명예도 따른다. 하지만 안타깝다. 이라크 전쟁에 들어가는 미국의 돈은 기하급수적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해도 수천억 달러가 훨씬 넘을 게다. 또 앞으로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런지는 몰라도 그 때까지 들어갈 달러까
지 합하게 되면 과연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왜,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나. 참으로 어리석은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정책이 혼선을 빚는 것 같다. 클린턴 대통령 때만 해도 이렇게 물가가 치솟고 살기 어려워지지는 않았다. 비록 그가 여자 문제로 스캔들에 휩싸여 국회 청문회까지 가는 곤혹을 치루었다 하더라도 국가 정책 하나만큼은 제대로 세웠던 것 같다. 극우 보수주의인 공화당의 정책을 따라 부시를 도와주고 있는 참모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민심에 반영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또 무슨 일이 미국에서 터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특히 대도시에서 말이다. 또 다른 초대형 사고가 터지기 전에 부시는 더 이상 휴가갈 생각 말고 나라의 안위를 위해 남은 임기동안 만큼은 민심을 안정시키는 민생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달러의 소모를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명분이야, 더 이상 젊은이들의 피를 이라크 땅에 흘리지 않게 하기 위해 철군한다면 될 것 아닌가. 뉴올리언스 수재민을 위해 한인들도 많은 성금을 내어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있으니 너무나 좋은 일이다.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9.11이 내일이다. 그 때 생명을 잃은 많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한다. 뒤숭숭한 세상이지만 내일은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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