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객이 전도되는 꼴이라니..

2005-09-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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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픽포스터)

우리는 모두 미국이라는 남의 나라에 이민와서 살고 있는 이민자 다. 우리가 조국에 살고있을 때는 이곳이 내 나라라고 하는 자부심과 이리 저리 보아도 변치않는 강산의 모습과 내 사람들이라는 한민족으로서 우리끼리라고 하는 안도감과 넘치는 자신감으로 살아 왔다.그런데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타국이라는 이국 정서와 언어와 풍속마저 다른 낯
선 나라에 와서 살아남고저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내 나라든 남의 나라든 어디를 가도 생존경쟁의 철칙은 변함이 없다. 살기 위하여 생업에 종사하여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종관계에 의한 직장을 선택하여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 어떤 경우이든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과 도리와 모든 원칙을 벗어나 살아갈 수
는 없는 것이다. 이 원칙은 인종을 초월하여 어느 사회를 가든 마찬가지이며 인간 기본의 원칙이기도 하다. 오늘 현재 우리들의 삶은 현실적인 입장에서 과연 미국생활에 어떻게 적응하면서 어떻게 살아왔으며 또 어떻게 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고저 한다.우리 말에 ‘주객이 전도된다’라는 말이 있다. 또 ‘굴러온 돌이 먼저 있던 돌을 밀어낸다’는 속어가 있다. 지금 꼭 이 말들을 풀이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들 말 뜻 속에 무슨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를 잘 알고 있따. 한단수 위인 사람은 아...!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그 속내까지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곳 미합중국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이다. 더우기 이곳 뉴욕은 100여개 민족들이 한곳에서 동거하고 있다고 하니 인종시장이라는 말이 가히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한국사람들도 이런 저런 형태로 몰려와 미국인의 일원으로 이곳에 살고 있다. 물론 우리도 미국인의 일원으로 국가에 대한 각종 의무를 다 필하고 살고 있으니 미국인이라는 주인의식 정도는 갖고 있어도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그런데 우리는 이중에서 무엇인가 하나를 잊고 산다고나 할까? 솔직히 이곳 미국은 우리들에게는 낯선 이방이요 만년 타향인 것을 알아야 된다. 수많은 종족들 모두가 미국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분명 미국의 주인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래 청교도정신으로 수없는 난관을 극복하고 미국이라는 이 거대한 나라를 건설하였던 바로 그 사람들이 미
국의 주인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조상들이 목숨 바쳐 지켰으며 일천한 역사이지만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을 만큼 그 역사의 거센 회오리 속에 살아온 그 사람들이 바로 미국의 주인인 것이다. 조상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예로 팔려서 미국을 만드는데 일조한 흑인들... 바로
그 사람들도 미국의 주인임을 인정하여야 한다.이런 말이 있다. 미국의 흑인들이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사람들을 미워하는 이유 중에는 “너
희들도 유색인종의 하나이면서 감히 미국의 주인인 우리를 얕보고 까부는 것이냐?.. 웃기지 말아라” 라는 것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기들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무시당하는 자신들을 향한 인종적인 차별에 분노하는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표현인 것을 우
리는 인정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 살아야 한다. 한국에서 살아왔던 기존 방식대로 이곳에서 살아서는 아니된다. 미국인의 일원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우리들의 기존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잘 조정하여 이곳에 맞추어 살아가는 현명함을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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