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잡초는 뽑아야지

2005-09-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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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훈(재활의학과 전문의)

최근 개봉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예술이다’ ‘친북 반미를 조장하고 있다’ 등 논쟁이 한창이다. 모 대학의 강 모 교수는 6.25는 ‘북이 주도한 통일전쟁’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6.25는 남측이 먼저 시작한 북침’이라 믿는 젊은이들이 있다 하니 누군가 역사 왜곡을 하고 있어 기가 차다.칼 맑스(1818~1883)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나 그 무덤은 소련연방이 붕괴된 이후 잡초가 붉은 흙을 가려 멀리서 보면 푸른 잔디로 보일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최근 등장한 푸른 한반도기는 평화로운 초원, 하나된 조국 등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터지기 직전의 용광로의 한반도 상황을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핵이 체제 안정을 지켜주리라는 김정일의 착각 때문에 북한은 황폐화의 길로 가고 남한에서는 소위 민주국가에서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 남용과 바닥을 모르는 부조리와 부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구소련연방은 지구가 폭파될 만큼의 핵폭탄을 갖고도 그 체제를 지켜내지 못하
였고, 로마제국 또한 세상을 손아귀에 넣었지만 지배계급의 오만과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로 인해 망하고 말았음을 기억하리라.


솔직히 말해서 이 한반도기를 볼 때 가슴에 와 닿는 깃발의 의미가 없고, 우리의 아이덴티티(ID)도 발견할 수가 없다. 또 그것이 없다면 비전이 있을 수 없고, 비전이 없는 민족이나 국가는 내일이 없을 것이다. 얼렁뚱땅 뭉개거나 감추지 말고 남과 북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남북이 함께 그 깃발을 바라볼 수 있어야 앞날도 내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갈기갈기 조각난 남남갈등은 보수, 진보 혹은 지역구도 때문이 아니라 성급한 위정자들의 독선, 국가 권력의 제왕적 남용,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무시한 결과인 것을 알아야 한다.작금 한국정부는 과거사 바로잡기와 국가 독립유공자 포상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불법도청과 대통령의 헌법을 넘나드는 폭탄 발언으로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역사 바로잡기는 친일 인사들의 반민족적 행위를 확인 정리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중국의 우리 역사 가로채기와 일본의 역사 왜곡 및 은폐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자 내지 공산주의자 등의 독립운동은 역사적 차원에서 확인, 정리되어야 하나 유공자로 국가적으로 포상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믿었던 오도된 사상으로 인해 인류는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이런 사상이 초래된 대재앙들, 그 중에서 6.25
참변은 공산주의자와 그 동조자들의 사고, 즉 붉은 혁명의 망상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지만 그들 또한 왜 용서받아야 하는지를 알아야지 진정한 용서와 사랑, 그리고 평화가 있을 것이다. 북한공산독재정권의 전쟁 책임과 무조건 퍼주기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영락없이 ‘구세대 냉전사고에서 탈피 못한 골동품’ 정도로 대접받고 만다. 그들이 세칭 ‘레드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역사적 정리와 대한민국 내의 좌파, 친북, 반미운동을 후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국내외에서 진보, 보수 구별없이 북한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알아서 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입만 열면 ‘우리는 하나’ ‘자주평화통일’을 외치지만 체제와 주민(인민)을 구분 못하고 있는 그들이 통일의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김정일의 나와바리(?0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까.

광복 60주년 축제를 위해 서울에 온 북한 대표단의 행보를 보면서 그들의 일사분란(?)한 정치공세의 숨은 뜻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그들이 서울을 사정거리 이내로 배치한 만 몇천문의 대포를 사정거리 밖으로 이동한 후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 꿈이 너무 야무진 것일까? 칼 맑스의 묘지의 잡초를 뽑아내 붉은 흙으로 붉게 보이게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세상을 속이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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