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의 집

2005-08-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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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세인트 존 디바인 성당’은 1892년에 초석(礎石)을 놓은 후 11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미완성이다. 공사를 계속하려면 42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며 예산이 확보된 후, 계획대로 완공하기에는 적어도 50년쯤 더 걸릴 것이라고 하는 유명한 건축물로 뉴욕 시내 관광코스 중 한 곳이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세계 건축사에 많은 기록을 남기게 될 것 같다.

은퇴할 나이가 되었으나 사장님 마음에 드는 목수가 있었다. 이 목수가 “일을 그만 두겠다”고 하며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사장은 훌륭한 일꾼을 잃게되는 것이 아쉬워 좀 더 일해주기를 권했지만, 목수의 확실한 뜻을 알고 사의를 받아들이며 마지막으로 집 한채만 더 지어주기를
청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확실히 대답은 했지만 마음은 이미 일을 떠난지라 예전같지 않게 성의 없이 자재를 준비하고 숙련공이 아닌 일꾼들을 모아 속성으로 집을 완성하여 완공을 보고하며 현관 열쇠를 전했다.


새 집 앞에서 사장은 “이 집은 오랫동안 당신이 나를 위해 일해준 보답으로 당신에게 드리는 당신의 집입니다. 내가 검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며 열쇠를 돌려주었다. 목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장님의 마지막 부탁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한 가책과 제 집을 짓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평생 수리할 필요가 없는 튼튼하고 완전한 훌륭한 집을 지었을 것을 하는 생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2005년도 상반기 부동산 정보에 의하면 서울에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인데 비해 최고로 비싼 아파트의 분양가는 3,125만원이었다고 한다. 집은 짓기 나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집을 짓는 사람이다. 짓기 나름인 건축비와 같이 각자의 설계에 따라 어떤 집을 짓고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나름대로의 집을 건축하며 매일을 산다. 자기 집인줄 모르고 대강 대강 일한 목수처럼 오늘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돌아본다.우리에게 은퇴란 없다. 세인트 존 디바인 성당과 같이 대를 이어가며 일은 계속될 것이고 그 결과는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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