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다시 떠오른 진화론 대 창조론 논쟁

2005-08-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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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아이오나대학 교수)

얼마전 타임지(Time Magazine)는 과학시간에 창조론을 가르쳐야 하는가의 논쟁을 표지기사로 다루었다. 이 논쟁의 근원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창조론을 과학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부시 대통령이 편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 세력은 오래전부터 진화론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이었다. 1925년 테네시주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친 과학 선생이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1987년 미 대법원은 창조론을 진화론과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못 박은 루이지애나 법이 헌법에 어
긋난다고 판결하였다. 결국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막지 못한 보수 기독교 세력은 이제 창조론 비슷한 이론이라도 과학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모든 기독교인들이 창조론을 과학 시간에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미국의 주류 기독교는 대체로 진화론을 문제 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장로교는 2002년도에 진화론이 기독교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가 있고 감리교도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하자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다(1984 미국 연합감리교 연회). 카톨릭교, 성공회, 유대교 모두 창조론 또는 과학적 창조론을 과학시간에 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진보적 기독교인으로 잘 알려진 스퐁 (John Shelby Spong) 주교(성공회)는 기독교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주의의 방향으로 따라 간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죽은 종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가 창조론을 과학시간에 발표하는 데 대하여 반대하는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도 아니고 진화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과학은 일종의 게임이다. 그 게임의 규칙 중에
하나는 객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해 증명할 수 있거나 부정할 수 있는 이론만이 과학적 이론으로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론이 전적으로 옳기 때문에 과학시간에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은 최소한 과학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이론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이론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제까지 나타난 증거를 수학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라는 뜻이다. 뉴톤의 물리학 이론이 진리라고 믿어졌지만 결국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대체되었듯이 진화론도 다 나은 이론이 나오면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다.

창조론이 과학적 이론이 되려면 창조자의 정체나 의지에 대한 이론이 포함되어야 하고 그 이론 뒤에는 그런 의지가 통제 또는 예측될 수 있다는 가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신의 의지가 수학적 공식으로 예측될 수 있다는 이론을 누가 주장한다면 창조론을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사
람들이 만족해 할까?

창조론이 과학의 차원을 뛰어넘는 진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진실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성경은 교회가 가르쳐야지 성경을 과학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시간에 음악이나 문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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