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승 사(師)자 가진 직업

2005-08-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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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길(맨하탄)

나의 어머니는 딸만 두고 기르시면서 언제너 “너희들은 크면 스승 사(師)자 가진 직업만 가져야 한다. 교사, 의사, 목사가 되어라”고 되풀이 하셨다. 나의 어머니는 10세에 어머니를 여의시고 밤낮으로 슬퍼하시니 외조부께서 정신여고 기숙사로 보내셨다고 한다. 1회 졸업생이시다.
황해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연년생 딸 삼형제가 어느 날 서울로 왔다. 청계천 옆 주교학교에 전학하니 교장도, 담임교사도 일본인이었다. 공부도 일본어로 해야 하니 힘들고 어려웠다.

월요일마다 시험이 있는데 어머니는 공부는 못해도 주일학교는 꼭 가야한다고 하셨다. 많은 숙제에 동생들은 울면서 밤 늦도록 책상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우리는 자라서 각각 독립하였고 나는 25년, 4반세기 동안 어머님 말씀 따라 교사직을 즐겁게 이수하였다. 보람되고 즐겁고 값진 직분이나 책임이 크고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였다. 학생들과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기도하며 神이 내게 주신 천직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감사하였다.


한국일보 ‘오피니언’ 란에서 ‘환갑 제자가 스승을 그리며’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언제나 ‘스승’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자기를 뜻하는 것으로 여겨져 읽어가다 보니 반갑게도 제자의 글이었다. 서울에서 이역만리 이곳까지, 윤기나는 칠흑머리 소녀기에서 환갑에 이르기까지 수
십년 후에도 기억해주니 스승은 감사할 뿐이다.

다시 한번 어머님께서 ‘가르치는 일은 영원히 남는다’ 하시던 그 모습이 어른거렸다.많은 이들이 교사직은 어렵고 고달프고 수입은 적어 흥미없다고 한다. 그러나 스승은 오래도록 값지고 시간이 지나도 자랑스럽고 도움을 주는 고귀한 직업이라고 나는 내 어머니 말씀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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