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그래도 장사 잘돼요”

2005-08-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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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편집국 부국장)

아침 일찍 막 구워낸 따끈한 빵, 볼록하니 부풀어 손가락을 살짝 대니 그대로 쏙 들어가 마치 아기살처럼 부드러운 빵을 한입 베어 물고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 ‘세상사는 게 별 거 있나? 이것이 행복이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물론 배가 어느 정도 차오르면 마치 세상살이가 별 거 있는 것처럼 또다시 이리 저리 정신없이 쫓아다니게 되지만. 먹는 즐거움은 어디 비할 바 없이 크다.

한인들의 자영업 중 요식업은 인기 종목이다. 플러싱을 비롯 한인 밀집지역에는 수시로 식당들이 그랜드 오프닝 플랭카드를 붙인다. 먹는 장사라는 것이 한두 달, 서너달 만에 될 지 안될 지가 보이기 때문에 아침저녁 노던블러바드를 타고 다니다보면 도로변 건물에 여러 번 간판이 바
꿔 달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식당이 신장개업하면 사람들은 보통 한번 가보게 된다. 그 집에 계속 가게될 지 말지는 첫날 거의 결정되는데 우선 맛이 좋아야 하고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이
불황에 살아남기 위해 식당들은 저마다 스페셜 가격, 다양한 이벤트 등을 도입하여 손님을 끌기도 한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메뉴나 유행 스타일을 주종으로 내세운 프랜차이즈 사업도 인기인데 식당뿐 아니라 한국 빵집도 실내를 예쁘게 꾸민 카페식 베이커리가 1, 2년새 부쩍 늘었다.한달전쯤 집에 온 손님 간식으로 수시로 한국빵을 잔뜩 사서 집에 갖다 놓고 출근을 했었다. 하루는 진열장에 빵이 별로 없었다. “왜 빵이 이것뿐이냐”고 하자 “아침 8시가 되어야 빵이 배달되어 온다”고 한다. 그 가게는 플러싱 본점에서 빵을 받아다 파는 일종의 대리점인 셈. 직영점이 아니지만 가게 이름은 플러싱 지역과 같은 상호를 쓰고 있었다.

“지금 진열장의 이 빵은 뭐냐?”고 했더니 “어제 팔다 남은 빵”이라고 한다. 주인과 이야기 하는 도중에도 히스패닉 한 사람이 그 빵을 제 값주고 사갔다.“어제 만든 빵을 판단 말이냐?”고 하자 “그래도 먹는데는 지장 없어요. 몇 센트 빼줄게요” 한다. 그러면 그 동안 제값 다받은 빵값은? 또 며칠 전에는 생일 케익을 사러 퇴근길에 한국 빵집에 들렀다.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오렌지빵 사라다빵 앙꼬빵’ 맛을 못잊는다.“케익 위에 이름 써줄 수 있죠?”, “못해요. 글씨 쓰는 사람 퇴근했어요.”불과 오후 7시반 정도인데, 생일 케익은 전날 사두기도 하던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너무 당당하게 안된다고 하니 놀라서 “아니 아가씨, 어떻게 장사를 하려고 하시나”하고 농담조로 말했다.되받아치는 말이 “그래도 장사 잘돼요”란다. 너무 당당하게 마치 뻐기듯이 ‘당신 없어도 손님 많다’는 듯 들렸다. 잠자코 케익을 받아들고 ‘오늘 소중한 사람 생일인데 기분 망치지 말자‘싶어 “수고하십시오”하고 상냥하게 인사하고 나왔다. 한국빵을 찾는 입맛을 탓해야지, 누굴 탓하나.

한국 빵집이든 한국 식당이든 잘될 때 더 잘해야 한다. 잘 되는 가게일수록 경영에 별다른 문제가 없나 성찰해야 하며 종업원 교육에 신경써야 한다. 소비자를 직접 대하는 사람의 첫인상과 대화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과 입소문을 무시해서는 안된다.작은 불만 하나가 퍼지기 시작하면 그 가게의 이미지는 훼손되어간다. 사람들은 긍정적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억한다. 모든 가게들이 기존 고객을 지키거나 단골을 만들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신생업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지금 잘되고 있는 가게일수록 더욱 긴장을 늦추지 말고 더욱 소비자 관리 및 보호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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