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랑의 빚 갚는 그 날을 기다리며..

2005-08-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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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미 동북부 지역의 한인 1.5·2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모국방문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뿌리교육재단(KAYAC)이 올해 70여명의 청소년들을 이끌고 6차 프로그램을 끝마쳤다.

프로그램이 첫 선을 보인 지난 2000년 59명에 달했던 지원자는 올해 16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지원자가 9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1년새 83%의 지원자 급증을 기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 선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프로그램 수요도 늘어나 연간 40명이던 참가
정원이 올해 70명으로 확대됐다.

청소년들이 무상으로 모국연수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항공료 등 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재단은 그간 뜻 있는 한인들이 각자의 주머니를 털어 모은 종자돈과 뉴욕주총영사관의 허리훈 전 대사가 26.2마일의 뉴욕 마라톤 대회 코스를 4시간19분51초에 완주하면서 구간 마일당 약정금
액으로 모아진 10만여 달러 등이 합쳐져 한인사회 단체로는 드물게 출발부터 든든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료 프로그램이 매년 확대되다보니 재단은 상대적으로 재정적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금모금 음악회와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신규 회원도 영입했지만 사실상 큰 도움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프로그램 혜택을 받은 선배들이 재단에 재정적 후원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1차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이제 겨우 대학 3학년이어서 이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그간 1~6차까지 동북부 지역의 280여 가정이 재단 지원으로 무료 모국연수 혜택을 받았지만 이 가운데 프로그램 참가를 전후해 소액이라도 재단에 후원을 약속하거나 자원봉사자로 재단 일에 참여하는 학부모나 학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간 거의 모든 참가자들은 모국연수 체험이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분명 앞으로 이들의 대학과 사회생활에서도 성공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남을 사랑할 줄도 안다고 했듯이 참가 청소년들은 자신이 한인사회와 재단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언젠가는 후배 청소년들을 위해 다시 베풀 것이라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이들이 성장해 사회에서 기반을 다질 때까지 학부모들이 먼저 자녀들을 대신해 그간 받은 사랑의 빚을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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