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적인 것(?)

2005-08-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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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칠(한의사)

한국적이란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한국의 교과서에 끈기의 민족, 정이 많은 민족, 한국의 곡선미, 보선날 콧등, 저고리 소매, 한복의 아름다움, 농악, 사물놀이 등 한국적인 리듬과 음악, 음식 등에 대하여 쓴 글들을 대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의 근원들을 찾아 김치의 원조는 중국 사천성에서, 현재의 한복의 원조는 몽고에서, 한국 농악이나 사물놀이는 불교음악에서, 등등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몇몇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뿐이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즉 장고가 인도나 중국에서 전하여 와서 한국적인 리듬과 춤과 합하여 한국적인 예술이 된 것이 중요하지 한국사람이 장고를 최초로 만들었다, 아니다 하고 억지를 쓰는 것은 역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국수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


일본인들은 그들의 씨름인 수모가 한국에서 왔다고 인정을 하며 현재의 올림픽 종목인 유도도 중국에서 온 유슬(자치주 ; 한국 합기도 비슷하게 관절을 비틀거나 압박하여 던지는 기술도 있다)과 씨름 기술을 합하여 위험한 기술을 제외하고 현대 스포츠에 알맞게 개발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이곳 보스턴 근방에서 한의원과 무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이곳에서 많은 학자들을 대하게 된다. 며칠 전 홍콩에서 태어나 공중보건위생학을 영국에서 공부하고 이곳 주정부에서 공무원을 했던 사람으로 한국사람은 왜 동양의학에 현재 중국사람이 쓰는 한약이라는 한(漢)자를 사용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한(韓)자를 사용하느냐 물어왔을 때, 현재 미국 한방 국가고사시험 문제에도 나오고 영국이나 일본에서도 많이 쓰여지는 사암도인의 오행 침술법은 한국 것이다.

황제내경에도 침구술의 원조는 인도라고 되어 있으니 중국의학이 아니라 동양의학이며 중국은 중국 한자를 사용하고 한국은 한국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나 우리 한의사들이 감기약 한 첩을 지어도 2000여년 된 장중경의 상한론에 나오는 마황계지탕 같은 처방을 쓰며 여름에 주로 잘 걸리는 목부터 아프고 노란 가래가 나오는 풍열형 감기에 쓰이는 인교산 처방은 서기 1400년 때 중국 남부지방에서 엽천사라는 도사가 쓴 ‘온열’이라는 한방책에서 유래한다.

필자도 수년 전에 허준에 대하여 쓴 신문기사와 우리가 이제는 한나라 한(漢)자 보다 한국 한(韓)자를 사용하는 한약이나 한방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이는 참으로 성급한 행동을 취한 것으로 허준이 쓴 <동의보감>이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암도인(서산대사의 제자로
불교승)처럼 새로운 침술법이나 또는 새로운 한약 처방을 개발한 것이 아니다. 중국 한방책들을 집대성하여 정리하고 한국 풍토에 맞게 연구 개작한 것인지, 앞으로 더 연구하고 정리를 해야 될 것이다.

아직도 경희대학교 한방 교과서에 중국 한방대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한글로 조금 토를 달아 사용하고 미국의 한방대학에서도 번역하고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역사적이고 학문적인 단어를 고치고 개정할 때는 프랑스의 아카데미 프랑세스 처럼 많은 학자들이 모여 연구 토의를 거쳐야 하며 심사 숙고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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