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부정부패 시비와 공소 시효

2005-08-24 (수)
크게 작게
김륭웅(공학박사)

아주 오래 되었지만 기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건물을 완공하고 나면 준공검사라는 것을 받는다. 준공검사의 필수항목의 하나가 ‘녹지면적’이다. 완성된 건물의 대지, 연건평 등을 따져서 그것의 몇 퍼센트가 정원같은 녹지가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한번은 어딘가를 갔는데 화분이 창가에 죽 놓여있어서 왜 그런가 하고 물었더니 오늘이 준공검
사 날이어서 녹지면적을 채우려고 화분을 빌려왔다는 것이었다. 창가에 놓인 화분이 녹지면적에 포함된다고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런 것을 업으로 빌려주는 곳이 있다. 참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민족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나 공무원의 자질, 부정부패는 나쁜 쪽으로 따져서 세계 최고이다. 그 사악함, 치사함, 더러움, 추악하고 비열한 면에서 한국의 부정부패는 기네스북에 올라가고도 남는다. 모국어의 어떤 어휘를 동원해서도 한국이란 나라의 부정부패를 표현할 수 없다.오래 전 한국의 이공계대학의 교수와 얘기하면서 안 사실이다. 자기는 현재 박사학위 심사위원인데 박사학위 후보 학생당 심사위원이 700만원씩 받는다고 하였다. 태연하게 얘기해서 내가 섬짓했다.


한국에서 제일 좋다는 이공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 온 분이 있다. 그 분의 박사학위 논문이 전연 사실이 아니었다. 마치 1X1=2인식으로. 하도 기가 막혀 “당신의 학위 논문이 말짱 꽝인 것 알고는 있어요?” 했더니 “알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들은 얘기다.
월간조선에 오래 전에 났던 기사이다. 한국의 개업의들 대부분은 의학박사인데 한국에서의 의학박사는 거의 모두가 돈으로 사는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였다. 수업에 들어가지도 않고 논문도 대필한다는 얘기다. 이곳 미국의 의사들 중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아주 드물다. 의사로서
환자를 고치기 이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공대 교수가 연구비를 떼어먹은 일이 있었고 그것이 알려지자 같은 대학의 교수 8명이 동반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연구는 ‘꽝’이고 연구비를 착복한 일은 한국 역사만큼 길다.이제사 그것이 대단한 것인양 떠드는데 가관이라고 할 밖에. 착복한 돈을 다 나눠먹고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뭔지...

한국의 부패를 말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문학상, 예술상 - 가장 고귀한 이런 데까지 부패가 있다는 게 나의 감상이요, 확신이요, 슬픔이다.그러나 무어라 무어라 해도 한국의 부패의 원조는 정치판에서 나온다. 개인적으로 따진다면 건국 이래로 대통령을 해먹은 자들의 도둑질이 최고이다. 한국의 대통령들이 도둑질한 돈은 아마도 수십억달러 이상일 것이다. 대통령이 이 정도로 도둑질을 했다 - 그러고도 한국이라는 나라
가 아직도 온전하다니... 본인도 모자라 자식까지 해 먹었는데. 그러고도 뻔뻔하게 대명천지를 활보하고 다닌다.

그 다음은 국회의원 - 고급공무원일 것이다. 돈을 엄청 벌 수 있기 때문에 - 폼도 잡으면서 하려고 악을 쓰는 것이다.나는 아직도 그렇게 많은 돈을 도둑질 해 먹은 정치하는 인간들이 제대로 처벌받은 것을 본 적
이 없다. 라면 하나 훔치면 절도죄로 (초범인 경우)몇개월은 산다. 재범, 삼범이면 몇년이다.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정치한다는 인간들의 도둑질은 공소시효라는 희한한 것 때문에 다 풀려난다. 이번 도청사건도 무엇은 3년, 또 무엇은 5년 이런 식이다. 공소시효는 자기들 편하자고 국회에서 만든 것이다. 외국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것이 거의 없다.한국의 연간 국민소득은 지난 10년간 1만달러에 머물러 있다. 부정부패와 공소시효 때문이다.

부패가 없어지지 않으면 한국의 앞날은 없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 개혁, 코드 코드 하지 말고 부패 하나만 없애면 된다. 이에 대한 개념이나 있는지. 어찌하면 부패를 없애나. 단 하나, 도둑질하는 사람 ‘골로 보내면’ 된다. 예를 들어 10만원 도둑질에 1년씩, 100만 이상은 사형, 공
무원으로 도둑질 하면 파면 및 연금몰수, 이런 식이다. 다른 나라는 하는데 왜 한국은 못하나?

그것은 꼭대기부터 도둑질 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자기들이 벌을 받기 싫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도 따지고 보면 한국의 부정부패 때문이다. 사회가 깨끗하면 구성원의 정신이 맑아지고 북핵 같은 것도 정당히, 부정으로 돈 퍼주지 않아도 된다. 이북은 남한이 이렇게도 썩은 줄 알기 때문에 썩은 집단엔 공갈밖에 통할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썩은 집단은 썩은 집단의 생리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