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코리안 망신

2005-08-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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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매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들 한다.사학자들에 따르면 처음으로 기록된 매춘은 기원전 5000년께 매소포타미아 문명을 건설한 수메르인 시대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수메르인들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이용한 도시문명을 건설했는데 그 도시에는 신을 모시는 여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들은 신전에 공물을 바치는 모든 남자들과 성관계를 의무적으로 가져야 했다. 비록 당시 사회 분위기상 이와 같은 행위는 신과의 영적 교류를 뜻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인류 역사에 있어 매춘 행위는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최근 미주 한인사회가 매춘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뉴욕에 이르기까지 서쪽과 동쪽으로, 시카고에서 달라스에 이르기까지 북쪽과 남쪽으로 미 전역 한인사회에서 매춘이라는 명목으로 한인들의 이름이 연일 미 주류사회 언론에 오르고 있다. 지난주에는 부유층 지역으로 꼽히는 뉴저지 버겐 카운티 내에서도 ‘부자 동네’로 알려진 놀우드에서 한인 운영 헬스 스파가 매춘 업소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놀우드 주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며 “어떻게 우리 동네에서 매춘 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하는가”라며 개탄했다.


얼마 전 만난 미국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로마에 가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교회이다. 이를 보며 종교가 그 도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맨하탄은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는 도시답게 곳곳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말을 들으며 ‘서울에서는 무엇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당혹스럽게도 기자의 마음속에 떠오른 것은 서울의 어느 곳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스포츠 마사지’ 업소들과 목욕탕 심볼이 그려진 ‘러브호텔’이었다.

동방의 예의지국이라고 자칭할 만큼 양반들이라고 자부하는 한국 국민들이 어떻게 ‘위, 아래도 없이 아무에게나 너라고 하는 버릇없는 미국’에서 매춘 비즈니스 업주들로 찍혔을까?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미 주류사회에서 청과와 델리, 세탁업계와 더불어 매춘도 한인 대표 업종으로 꼽히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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