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복 받은 가정

2005-08-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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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부모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자식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부모의 심정을 자식이 알수 있으랴만, 자식이 부모가 되어 보면 부모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 부모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 때 자식들에게 발생될 수 있는 고난과 어려움은 이루 말로 형용할 길이 없게 된다. 자식은 또 자식대로 부모에게 효도를 행하지 못할 때 부모의 심정은 슬퍼지게 된다. 세상에 태어날 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나는 존재는 이 세상 아무도 없다. 이것은 설령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생명을 가진 것과 생명을 가지지 않은 것에도 해당된다. 생명이 없는 것이란, 굴러다니는 돌덩어리도 돌덩어리 자체가 이 땅에 스스로 생겨나 길가에 굴러다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선행된다. 부모가 있기에 자식은 존재한다. 자식이 있기에 부모가 존재한다. 자식 없는 부부는 부모가 아니다. 그냥 부부다. 자식이 있기에 부모가 존재한다는 말은 부모로서의 역할이 자식을 낳으므로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부모가 자식보다 선행됨은 부모 없이 태어나는 자식은 세상에 존재치 않기에 그렇다.어느 정도 자식이 독립할 때까지 부모가 자식을 도와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미국사람들은 자식이 18세만 지나면 독립을 시키려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이른 감도 있지만 일찍이 자식들에게 독립심을 고취시키려 함에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러나 한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자식이 대학을 나오고 결혼할 때까지 도와주어야 그게 의무인 줄 안다.


미국인 자식들의 경우, 부모를 부양할 책임을 별로 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 혼자 힘으로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아 결혼을 하게 된다면, 부모에게 진 빚이 없어서 그렇게도 할 수 있을 게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부모를 몰라라 하면 안 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미국인 부모 역시 나이가 들어도 자식들에게 바라지 않는 것만 같다.무엇이 옳고 좋은 길인가. 자식을 대학까지 나오게 하고 직장을 잡아 결혼할 때까지 뒷바라지
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고등학교만 나오고 대학과 직장과 결혼까지도 자식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좋은지. 여기서 동양적 사고방식과 서양적 사고방식의 차이를 보는 듯하다.

서양식 및 동양식 사고방식이라 해도, 사람과 가정의 형편에 따라 또 다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동양인이라고 해 자식을 결혼할 때까지 도와주고 그 손자들까지 보아주는 그런 사람이 있나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서양인이라고 해 자식을 일찍이 독립시키려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결혼하여 손자들까지 보아주는 그런 사람도 있다. 가장 좋은 길은 부모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데 있다. 그러면 부모의 역할이란. 자식이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식의 역할은 부모가 도와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효를 행하는 것이 자식의 역할이다. 어떻게 보면 자식이 손해 보는 것 같이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수학적 관계가 아니다. 수치로 따져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역할관계도 그렇다. 어떻게, 어디까지가 부모의 역할이고 자식의 역할인지 수학적으로 계산할 순 없다. 부부관계는 인연으로 만나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는 하늘의 연으로 만난다. 하늘의 연이라 함에는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숨어 있다.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때, 부모의 은혜는 우주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으니, 그 자식은 우주보다도 더 귀한 생명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부모가 부모의 역할, 즉 자식들이 독립할 때까지 뒤를 돌보아 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함이 자식 된 도리요 역할이다. 자식은, 자식으로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빚을 지고 태어난다. 왜냐하면, 값으로 따질 수 없고 수자로 계산할 수 없는 귀한 생명을 부모가 잉태하여 세상에 내어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식들은 평생 부모의 은덕에 감사하며 효를 행해야 한다. 그러나 자식을 제대로 돌보아주지 못하는 부모의 역할을 한다면, 이런 부모 밑의 자식은 태어난 것을 후회하며 살게도 된다.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원활히 되는 가정이야말로 복 받은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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