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처신

2005-08-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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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드디어 북한의 최고 통치권자 김정일로부터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어도 좋다는 사실상의 윤허를 받았다는 믿어지지 않는 말이 본국 정치판에 공공연히 퍼져있는 가운데 또 다른 대권주자들도 김정일의 윤허를 받아내기 위해 여러 채널을 동원, 김정일 면담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 있다는 믿기지 않는 말이 본국 정치판에서 들려지고 있다.

참으로 놀랍고 충격적인 말이다.정치인들의 분별없는 놀음에 지친 국민들은 사실 여부에 대한 진위를 가리기 이전에 이제 한국이란 나라는 북한이 지배하는 완전 속국이 되었구나 하는 절망감에서 어느 나라이든 이민이나
가서 살아야겠다는 것이 본국민이 내뱉는 하소연이라고 한다.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1민족 2체제 속에 분단의 아픔은 60년의 긴 역사를 쌓고 있다. 그럼에도 분단의 고착화를 풀어내고 조국 통일의 대업을 일으키겠다고 나서는 진정한 정치 지도자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한국 정치판의 현실이다.


북한의 세습 독재체제 하에서 내세우는 통일 목표는 오직 남한에 대한 적화통일 야욕 뿐이다. 반면에 남한에서의 통일 목표는 정당마다 내세우는 정강이 제각각이다 보니 국민이 합의한 통일정책은 세워보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지금 세계인의 관심속에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도 남북통일을 위한 회담이 아니다. 북한주민을 굶겨 죽이면서 100만 인민군을 양성하고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집단에 당당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민족분단의 주적인 인민군에게 군량미를 조달해 주고, 핵개발에 소요되는 현금과 물자를 지원해 주고 있는 남한정부 실세들의 이적행위 결과가 오늘 세계인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6자회담의 전말임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통일론은 한 마디로 중구난방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노벨평화상을 타기 위한 명예욕에서 인기술로 포장해 내놓은 통일론이 북한집단이 내세운 고려연방제와 같은 통일론에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이다.통일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함에도 대통령이 된 사람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비밀리에 밀사를 보내 그들의 비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의 형태였다. 지금 중국 북경에서 열리고 있는 북핵포기 6자회담도 미국과 북한의 주장이 맞서 쉽게 성사될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회담 당사국인 한국측은 북한과 미국, 심지어는 중국측의 눈치까지 살피는 꼴뚜기 형세가 되어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일 뿐이다.

지난 6월 17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대한 정동영은 국내외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열린 우리당 안팎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확고한 위치에 서 있다고 한다. 가관스럽기는 정동영이 국회에서 6.15 공동선언 방북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 여당인 열린우리당 실세들을 포함한 의원들이 몰려들어 마치 개선장군을 맞는 듯 그의 주변을 에워싸고 환호성을 외쳐댔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더욱 놀랍기는 매년 6,000억원 수준인 남북협력기금을 1조원으로 상향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할 것과 테러지원국에서 이름을 빼줄 것을 공식으로 요청하겠다고 김정일의 충직한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본국의 정치판이 이렇다 보니 김정일이야말로 한국의 정치 실세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군량미와 돈과 물자를 닥치는대로 갖다 바치라고 호통을 쳐대는 황제가 되고 있다.

정동영이 대통령이 될만한 재목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그 역시 거짓과 모함에 익숙한 김대중과 자질 미달인 노무현의 품에서 자란 인물이고 보니 사려깊은 처사 보다는 말이 앞서는 인기주의 정치인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를 잘 알고있는 사람들의 인물평이다.그의 가벼운 입놀림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늙은 노인들이 무슨 투표를 하느냐, 집이나 지키라”고 노인 폄하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꼴뚜기 정치인의 실체를 그에게서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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