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메인스트릿 시대를 고하며....

2005-08-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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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준(취재2부 기자)

메인스트릿에서 25년동안 한글 간판을 걸고 영업을 온 ‘장미수예사’가 최근 노던 블러바드로 이전하면서 메인스트릿을 시대를 마감했다.
단순히 장미수예사라는 한 업소의 이전보다는 한글간판을 더 이상 메인스트릿에서 볼 수 없게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미국으로 건너와 플러싱에 정착한 우리의 이민 1세대들은 메인스트릿을 한인상권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지난 1970년대 삼복식품이 이곳에 처음 문을 연 이후 한때 80여개 이상의 한인업소들이 자리를 잡을 정도로 대표적 한인상권으로 성장해 온 지역이 메인스트릿이다.그러나, 그동안 몰려드는 중국인들에게 우리의 ‘텃밭’이었던 메인스트릿을 점령당하고 많은 한인 업소들이 노던 블러바드를 따라 베이사이드 지역까지 이전해 새롭게 한인상권을 형성해왔다.현재 플러싱 일대에서는 갈수록 중국인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한인상권은 자꾸만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메인스트릿을 중국인들이 점령한 것처럼 노던상권도 언제 그들에게 넘어갈지 모른다.중국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단결력과 자본을 무기로 한인상권을 야금야금 점령해 가고 있다.

이민역사에서 우리가 만들었던 상징적인 것들을 하나둘씩 잃어갈 때 우리의 존재의의와 정체성은 흔들리기 마련이다.후손들에게 우리 이민역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알려주기 위해서도 이를 지키는 것은 반드시 필
요하다.이미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앞으로는 더 이상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모두가 하나된 목소리와 단결된 모습을 가질 때만이 가능하며 이 과정에 있어 이민역사에서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 왔던 상징적인 것들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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