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살인(?)더위

2005-08-17 (수)
크게 작게
여주영(논설위원)

사람의 체온은 섭씨 평균 36.5도다. 그러나 이 온도는 항상 일정치가 않다. 어떤 때는 조금 올라가고, 또 어느 경우는 내려갈 때도 있다. 자연의 이치도 이와 같이 사람의 몸의 온도에서 나온다. 철학의 기본도 알고 보면 사람의 몸에서 출발한다. 몸의 온도가 계속 같은 온도로 유지되면 특별한 것이 안 나온다. 그러나 체온이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기분이 저조해지거나 멜랑꼴리해지며, 반대로 올라가게 되면 열이 올라 화를 내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하게 된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으로 비관을 하거나, 주위 사람들과 별일 아닌 일로도 싸우려고 덤벼드는 것은 바로 이 얼마 안 되는 온도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번 주는 온도가 내려가 그런 대로 살 것 같다. 지난주는 기온이 화씨 100도를 오르내리면서 정말 숨이 막힐 지경으로 날씨가 팍팍 쪘다. 이처럼 자연의 온도도 사람의 인체와 같은 것이다. 정상을 넘어 더워지게 되면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어디로 숨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이 된다. 지
난주와 같은 무더위는 가히 살인적이어서 이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짜증이 나면서 비정상적으로 되기 쉽다.알다시피 사람의 체온이 오르내리고 하는 것은 몸 속의 세균 때문이다. 무더위도 체내의 세균과 같은 것이 우주에 꽉 차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자연에서 온도를 올라가게 하는 병균은 오염물질이다.


지구에서 모든 것이 살려면 오존층이 두꺼워야 한다. 그런데 가장 튼튼해
야 할 오존층이 병균에 의해서 앓고 있다. 병균의 힘이 막강하면 오존층이 구멍을 내 우리 인간이 피부암이나 우울증에 걸리고 생각지도 못하는 병들에 시달린다. 이것이 어느 선을 지나면 가속화돼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게 되어 있다. 자동차나 집에서, 가게에서, 회사에서 공장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덥다고 에어컨을 마구 틀어대면 거기에서 나오는 병균이 점점 더 많아져 오존층도 기하급수적으로 파괴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올해 기온이 100도, 100도 라며 떠들지만 이대로 간다면 내년에는 그 더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렇게 되면 오존층의 구멍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 문제의 주범은 바로 인간이다. 이런 자연의 숨은 문제를 생각지 않고 인간은 마음대로 공해를 방출시키고 있다. 개개인이 쓰는 에어컨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방출을 줄이고 주변환경 정리에 너도나도 관심을 가질 때 공해는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요사이는 오염물질에 많이 노출된 야채나 과일을 우려해 사람들은 ‘올가닉 농법’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전에는 올가닉 하면서도 농사꾼이나 도시인, 공장생산자 할 것 없이 모두 화학비료나 물질을 아무런 생각 없이 마구 방출해대고 있다. 이 물질들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요인이요, 자연을 죽이는 원흉이다. 그래도 한가지 기대할 만한 것은 자연도 인체와 똑같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점이다. 우리가 조심만 한다면 자연은 얼마든지 지킬 수가 있다. 이를 알면서도 인간은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간다면 아마 내년 여름에는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더위가 110도도 마다할 것이다. 우연히 올해 이렇게 더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해양연구가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같다. 열대에서 사는 물고기가 점점 북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 구역의 물이 너무 더워 맞는 온도를 찾아 올라오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의 국경은 바로 그들에게 맞는 적정온도이다. 이 명확한 국경이 엉망이 돼 수위가 올라가면 결국 인간은 땅만 바다에게 빼앗기게 되어 있다. 인간이 스스로 자초해 설자리를 잃어 가는 것이다. 환경을 걱정하지 않고 사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디스커버리호다, 외계다 뭐다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운 자연을 놔두고 그 사막과 같은 외계를 생각한다는 건 있는 자의 지구종말을 예견하는 것이 아닐까. 막강한 힘을 동원할 생각 말고 나부터 자연을 보호해야겠다는 작은 마음이라도 가지면 지구는 살아남을 것이고 내년의 더위도 그렇게 살인적이지는 아닐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