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월드비전 ‘조나단 심 추모학교’

2005-08-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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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1부 기자)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실무책임자를 역임하고 월드비전 국제본부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에서 활동하다 지난달 26일, 과로로 순직한 조나단 심(한국명 심정환) 디렉터를 기리는 추모학교(Johnathan Sim Memorial School)가 잠비아 투와치얀다 마을에 세워진다.투와치얀다 마을에 그를 기리는 추모학교가 설립되는 이유는 그가 평소 후원해온 6명의 어린이가 바로 그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평소 소외된 이웃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지난 96년 23세의 나이로 월드비전에 입사, 2003년 8월까지 코리아데스크 실무책임자로 활동했다. 올해 3월부터는 LA에 위치한 월드비전 국제본부에서 월드비전 장기 활동전략을 구축하는 태스크포스 팀에서 일해 왔다. 하지만 누적된 과로와 심한 탈수 증세에 의한 뇌졸중으로 뇌수술을 받았으나 지난 26일 끝내 절명, 지인들에게 큰 아픔을 전했다. 헤쳐 나갈 길 없는 절망의 수렁에 빠진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 긍정적인 이유를 전하고자 했던 그가 자신의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죽
음을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월드비전이 그의 이름을 딴 추모학교를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은 그의 죽음에 의미를 가져다 준다. 월드비전이 직원의 이름을 따 추모학교를 세우는 일은 흔치않은 일로 그동안 그의 헌신이 얼마나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죽음이 선교지에서의 순교와 다를 바 없는 것이기에 월드비전이 적극 나서 그의 정신을 기리기로 한 것이다. 한편 그는 죽음의 순간까지 나눔의 사랑을 실천, 또 다른 감동을 전했다. 장기기증 약속을 이행, 죽어가는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생을 마감한 것.

박준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은 “조나단 심 디렉터는 뜨거운 인류애와 열정, 사명감으로 30세의 나이에 디렉터로 승진, 쓰나미 재난 지역을 비롯 기근과 재난에 처한 전 세계 20 여 개국을 종횡무진 다니며 각종 구호활동을 전개한 장래가 촉망되는 직원 이었다”며 “비록 3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 했지만 그의 삶이 한인 1.5세와 2세들에게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각박하고 이기적인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남을 위한 삶은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즉 봉사와 헌신의 마음이 요구되는 것이다. 심 디렉터의 거룩한 죽음이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한인사회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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