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려평, 파이팅!

2005-08-12 (금)
크게 작게
이성열(조선족)

지려평, 올해 25살 밖에 안된 조선족 소녀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그의 겉보기일 뿐이다. 그는 지금 조선족으로는 맨 처음으로, 아니 유일하게 벌써 세계 최강대국을 지키는 당당한 미군이 되었고, 이라크 전장에서 반년간의 작전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폭파물 제거반에서) 워싱턴
DC로 새롭게 발령받아 무사 귀환하였다.일전에 ‘전미 조선족동포회’에서 ‘이라크 전장에서 무사귀환한 지려평 상병 환영회’를 가
졌었다. 잔류 뉴욕시의원의 보좌관인 앨랜양과 김기철 전 뉴욕한인회장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우리는 우리 조선족들의 밝은 미래를 씩씩한 그녀를 통해서 한번 더 똑똑히 보았다.

6개월 전 입대할 때만 해도 무척 수줍음 많고 앳되던 그다. 하지만 6개월 동안 그는 이라크에 있으면서 2차례의 전투도 경험해 봤고 함께 있던 두 명의 전우를 잃은 뼈아픈 슬픔도 겪으면서 우리가 왜 이토록 서로 죽이고 또 죽으며 싸워야 하는가를 많이 생각해 봤다고 했다.그는 “1700여명의 미군이 이라크 전쟁에서 아까운 목숨을 바친 것은 이라크에 자유와 평화를 심고 민주주의를 건립하기 위해서”라고 당차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부지런하고 깨끗하고 정이 많은 우리 민족과 모국을 사랑하고 우리가 나고 자라난 중국도 사랑하며 지금은 자신이 총가목을 틀어쥐고 지키고 있는 미국을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춘추전국시기 초나라의 관리면서 애국 시인인 굴원(屈原)의 ‘들품’을 찬양한 시 한구절을 읊으면서 “불에 타서 죽어도 봄바람만 불면 또 다시 소생하는 들풀처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미군을 위해서 미국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고 했다.사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조선족 아니 많은 한국인들까지도 미국사회에서 자신들은 항상 ‘아웃사이더’ 밖에 안된다고 생각해 왔다. 우리 많은 조선족들은 또 한국인 사회에서도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조선족은 ‘아웃사이더의 아웃사이더’인 셈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려평 환영식에서 나와 많은 조선족들은 느끼고 있었다. 우리도 이 땅의 주인이며 미국 주류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라고 말이다.

지려평양은 연변의 용정시에서 왔다. 그는 중국에서 유명한 북경한의대학에서 대학을 다니며 한의학 공부를 하던 98년 가족을 따라 미국에 이민왔으며 이민 와서는 생활 기반이 빈약한 관계로 학업을 잠시 접고 가정을 위해서 봉제공장 노동자부터 해서 야채가게 캐쉬어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어려운 일도 마다않고 착실히 일하며 짬짬히 자신의 영어수준을 재고해 나갔다.그는 머리 좋아 공부도 남보다 잘했을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정의감이 두터웠으며 전시상황인 지금같은 세월에 군대를 자원할 만큼 포부도 남보다 컸다. 훌륭한 딸 뒤에는 항상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 김윤희씨(전미 조선족동포회 사무총장)는 이렇게 철이 채 들지도 않은 딸을 전쟁터에 보내게 됐다며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많이 걱정하고 안쓰러워 했다.

나는 그분이 너무나도 존경스럽다. 나는 그 분이 자신의 딸을 전시상황에 미군에 보낸 것을 너무도 용감하고 영명한 처사라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그 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씩씩한 미군으로 잘 자라고 있는 그의 딸 지려평에게 감사한다. 그는 분명히 ‘아웃사이더의 아
웃사이더’인 우리 조선족을 미국 주류사회 (‘인사이더’)로 이끌고 가는데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더욱 많은 지려평과 같은 조선족 견인차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지려평 화이팅!!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