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션과 스타일

2005-08-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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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우(복식가)

많은 사람들은 패션과 스타일에 대해 혼돈한다. 패션, 즉 유행이 의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유행하는 옷을 잘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그래서 특히 여성들은 철이 바뀔 때마다 어떤 새로운 유행을 입어야 할지 신경이 많이 써지는 것 같다. 더구나 시즌마다 새로운 유행은 어떤 색이나 디자인도 척척 소화하는 팔등신의 멋지고 예쁜 모델을 등용한 패션쇼를 보면 스스로 자기도 모델인양 착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런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콤플렉스를 갖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여하간 패션은 앞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다. 뒤로 가는 것은 복고조라고 변명도 잘 하지만 패션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우기 요즘 패션은 무엇인가 새로워야 하기 때문인지 패션 디자이시즌의 쇼에 부치기 위해 바쁜, 질과 소재 빈곤의 유행물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이 나돈다.그리고 우리가 그 유행옷을 입었을 땐 이미 그들에게는 올드 패션이다. 몇 개월도 아직 안된 그 올드 패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시치미를 딱 잡아뗀다. 그래도 사람들은 예쁜 꽃을 잘라 화병에 꽂을 때 며칠 안 가 시들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이 유행은 우리의 시간, 그리고 낭비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에 대해 패션 디자이너들은 꽃은 한 번
꺾여지는 것으로 사명을 다하는 게 아니냐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남성복 패션도 여성 못지않게 활발히 움직이려 한다. 그러나 남성 패션은 여성이나 남성의 의생활을 패션으로 통칭하는 것만으로 이해되었을 범위를 넘어서 유행을 만들어내지만 그런 유행은 연예계나 엔터테이먼트에는 모를까 성실하게 보여야 하는 남성 옷차림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영국 복식계에서는 남성복 디자이너를 컷터라고 한다. 마치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그곳에서는 리프트라고 하듯이 말이 그대로 행동에 옮길 때 말에 의해 오류를 범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확실히 전하는 성숙한 사회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컷터라고 한 것도 남성들에게 패션이라는 오류를 범할까봐서 그랬을지 모른다.실은 모든 사람들은 스타일을 입기를 원한다. 패션은 왔다 가는 것이지만 스타일은 항상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원래 스타일이 갖는 뜻에 정리를 못하고 패션과 혼돈한다. 스탕리이란 컬티뱃 스타일(Cultivated Style) 즉 배양된 스타일을 의미한다.

이것을 복식계에서는 늘 강조하지만, 우리 의생활에게는 그리 가까이 못 미치는 것 같다. 컬티뱃 즉 배양은 스타일 이외에도 채소를, 인격을, 배양하는 이런 뜻으로 마치 번거로운 유행을 견제하는 것 같은, 유행을 견디어내는, 두고 다시 입어도 싫증나지 않는 배양된 스타일을 선정해서 그것을 자기에게 배양해서 개성미 있는 성숙된 옷차림을 스타일이라고 한다.
스타일을 자기에게 배양하는데는 다소 스터디하기를 권한다. 말하자면 누가 어떤 스타일을 했었는지에, 예를 들면 캐서린 햅번이나 프레드 어스테어와 같은 이들이 스타일을 입었었고, 두 말 할 것 없이 듀크 윈서는 그대로 스타일이었다.

이 나라 복식계는 책자나 매거진에 이런 유명인의 불멸의 스타일을 계속 떠올려서 바른 옷차림을 하는 복식문화를 지탱하려 노력하고 있다.프랑스인들에게도 스타일을 찬미하는 말이 있다. 영역으로 Man is Style Style is Man. 배양된 인격의 배양된 스타일은 그냥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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