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무감만 안겨준 우편봉투

2005-08-11 (목)
크게 작게
하세종(대뉴욕지구 태권도협회 이사장)

하루동안 휴가를 다녀왔다. 돌아와 우편물을 살펴보니 꾸깃꾸깃한 큰 봉투가 눈에 띄었다. 들춰보니 마구 구겨진 상태여서 불필요한 무슨 선전용 간행물인 줄 알았다. 찢어버리려는 순간 눈에 띈 활자의 발신처가 뉴욕총영사관인 것을 보았다.

궁금한 끝에 열어본 순간, 불쾌하다 못해 분노감까지 들었다. 그것은 구겨진 봉투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와대를 상징하는 금색 봉황이 새겨진 공로장 때문이었다. 내용인 즉, 다년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위원으로서 국가와 통일을 위한 공로를 깊이 치하한다는 평통의장 노무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는 붉은 인장으로 정히 장식한 증표였다.


이는 아무리 가치 없는 공로장에 불과한다 하더라도 국가 원수가 수여하는 자랑스런 치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속셈으로 감히 성의 없는 관행으로, 그리고 89센트 밖에 안되는 우편물로 발송할 수가 있었는지 상식 밖이다.이 공로장에 그려진 금봉황은 대한민국과 청와대를 상징하며 평통의장의 붉은 인장은 대한민국 평통을 상징, 대표한다는 뜻이 정히 담긴 국보인장이다. 그리고 아무리 하찮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이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제 15대 노무현 대통령인 평통의장의 ‘찬사의 뜻’이 담긴 문필이다.

이 글이 담겨온 구겨진 봉투를 다시 더듬어 보는 순간 필자가 2000년도 대뉴욕지구 한인상록회 회장 당시 빌 클린턴 미대통령으로부터 찬사의 치하문을 받은 것이 생각났다. 미 백악관의 인장이 새겨지고 클린턴대통령이 친히 서명한 친서 한 통이었지만 이를 정성스럽게 앞뒤로 둘러싼 두터운 표지(약 10mm)는 봉투에 함봉되어 등기편으로 배달되어 왔다.

이 친서를 읽고나서 상록회 회장이 무엇이 그렇게도 중요한 인물이길래 백악관에서 정연하게 정성어린 포장으로 이 편지를 보내왔을까. 의아한 순간 문득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나는 8년 임기동안 백악관 집무실 즉, 오벌 오피스에서 항상 정장을 했으며 단 한번도 웃옷을 벗은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백악관의 대통령 직무실로 미국을 상징하는 엄숙한 장소이기 때문에 항상 나는 이곳에서는 신중하게 질서를 다 갖췄다.

누구를 막론하고 역대 대통령들은 이 직무실에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모두 수행한 곳이다. 그러므로 이곳을 존중하며 그들을 숭배하는 뜻으로 정중한 차림과 자세로 항상 나의 임무에 임하는 것”이라고 한 기자석상에서 진술한 바 있다.

그렇듯 우리나라 공직자들도 정치적 이념을 떠나 청와대와 헌법기구를 존중할 줄 알아야만 하는 것이 그들로서의 의무와 도리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말인데 ‘평통위원’들은 뉴욕총영사관이 생각하는 허술한 ‘허수아비 위원’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의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법 총칙 제 1장, 제 29조의 규정에 의하여 선출되었다. ‘위원’들은 제 3장, 제 10조 위원의 위촉에 의하여 대통령이 의장으로서 위촉, 임명한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다. 이러한 전(前) 위원들에게 뉴욕총영사관은 상식 밖의 처사를 삼가했어야만 도리라고 본다.누가 보더라도 평통의장의 공로장을 Bulk Mail 취급하듯 한 것은 (1) 국가를 무시한 처사 (2) 평통을 몰각 (3) 대통령을 모욕한 행위라고 할 것이다.

한편 우리 전 평통위원들은 진수성찬을 받아서가 아니라 단 83센트에 불과하는 상장에 굶주린 멍청이가 아니며 들러리 취급 받을 과거 분사의 위인들이 아님을 뉴욕총영사관은 명심하여 주기 바란다.이 필자는 지난 10년간 몸 담았던 자문회의 활동에 대한 의장 노무현 대통령의 치하문이기에
이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이를 보는 나의 후손들에게 사회봉사정신, 특히 분단된 조국통일 숙원에 일조한 정신을 계승시켜 주기 위한 모범의 표적으로 남기고 싶은 진정한 마음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