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하방 경직성

2005-08-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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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여주인공치고는 인물이나 외모가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지만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대사와 행동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준다는 평가가 대부분인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드라마나 영화가 사회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볼 때 김삼순의 말과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 드라마에 빠져있는 뉴욕 한인사회도 올 여름이 답답하기는 한 모양이다.여름 비즈니스는 예전같지 않고, 날씨마저 뉴욕의 여름답지 않게 끈적끈적하게 습도가 높은 편이다. 신나는 뉴스도 별로 없고 만사가 시큰둥하다는 사람들만 주위에 널려있다.그래서인지 저녁내내 비디오를 보면서 여름의 하루를 넘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나는 집에서 드라마나 쇼프로를 잘 안보는 편이다. 내부적으로 솔직히 말하면 아내는 가능하면
나와 같이 비디오를 안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 트집을 잡는데 이골이 난 사람같단다.주인공의 인물이 어떻고, 드라마 전개가 너무 느리다, 이 정도면 전파 낭비다, 줄거리 전개상 앞뒤가 안맞는다 등등, 쇼프로나 드라마를 보면서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꼴보기 싫다고 한다. 드라마나 쇼프로가 어차피 가상의 세계라며 있는 그대로 보고 잠시 즐거우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그런 식으로 넘어가주기 시작하면 발전이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각설하고, 요즘 부동산 시장을 보면 마음 한구석에 답답한 마음이 든다.
지칠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아쉬워하고,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왠지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언제, 어디까지 잘 나갈 지, 과연 거품 경고대로 폭락할 지, 연착륙을 할 지, 전망이 많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동산으로 재미를 봤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간간히 들려오고, 리스팅에 나오는 가격대가 한두달사이에 몇만달러 단위로 껑충 뛰는 모습은 이제 흔하다.주택 가격 상승만큼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도 말이다.하방 경직성이다. 한번 상승을 경험한 정신은 결코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을 설명할 때는 하는 말이지만 요즘 부동산 가격을 보면 실감이 난다.한번 눈이 높아진 한인들이 앞으로 주택 시장의 변화를 과연 어떻게 견딜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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