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그 집이 최고야”

2005-08-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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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맨하탄의 유명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에는 참으로 훌륭한 교훈이 들어 있다. 이 호텔에는 13세 나이의 한 소년이 미국에 와 입에 풀칠하기 위해 남의 집 식당 주방에서 헬퍼로 일하다 주인의 눈에 발탁돼 이 호텔의 경영자까지 된 역사가 담겨있다. 이 호텔은 알다시피 주로 각 나
라의 대통령이나 수상, 총리 등을 비롯, 정치나 재계, 사회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치에 있는 고객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호텔에 이 소년이 주인이 된 것은 그가 주방 일을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 그 분야에서 최
고가 됐기에 가능했다. 그는 한가지에 정진하다 보니 주방장이 되고 또 주인의 눈에 들어 그 집의 딸과 결혼까지 하게 되고 거기서 또 매니저까지 되었다.

그의 지극한 정성으로 손님이 미어지면서 그는 이 분야에서 얻은 자신감과 경험을 가지고 장인과 함께 힘을 합쳐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했다. 이 분야에 대한 그의 최고의 경륜은 급기야 이 호텔을 세계적인 위치로까지 올려놓았다. 이 호텔의 비싼 룸은 하루 밤 숙박료가 2
만 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 갈 정도이고 수시로 각국 국기가 걸려 외국 대통령이나 수상 등이 묵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미국의 성공한 거부들을 보면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무엇이든 한가지로 부를 손에 거머쥐었
다는 점이다. 컴퓨터로 성공한 빌 게이츠가 그렇고 석유로 부자가 된 록펠러가 그렇다. 또 치약
하나로 성공한 콜 게이트, 화학제품 하나로 거부가 된 듀퐁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외 자동차로 성공한 포드 등 한가지 종목으로 성공한 부자들이 미국에는 많다. 이들은 유통이면 유통, 생산이면 생산 하나 가지고 줄기차게 매달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매진, 이러한 결실을 가져왔다.
컴퓨터, 오일, 치약, 화학제품, 소프트웨어, 자동차 하나로 거대한 나라 미국을 점령한 것이다.


이처럼 성공한 거부들은 모두 하나 가지고 끝까지 매달려 결실을 보았다. 어느 분야이건 정복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엇이든 하나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되면 이미 그는 성공한 사람이요, 정복자요, 재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인들을 보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들은 이것 해 가지고 돈을 벌면 저것에다 투자해 돈 날리고 시간 낭비하고 하면서 손해를 많이 본다. 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 한꺼번에 몇 가지를 벌려 놓고 이것도 적당히, 저것도 적당히 왔다 갔
다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경우 운이 좋아 잘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원점으로 돌아오거나 오히려 시간 낭비하고 돈 버리고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무엇이든 하나 가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만 결실이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이것 저것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죽자 사자 한 가지에만 몰두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 지역에서 으뜸 가도록 해야 한다. ‘제일’ 이라는 소리가 그 주, 그 카운티 안에서 계속해서 퍼져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라 전체를 정복해 가는 힘이 생긴다. 조직사회와 같이 어느 조직이나 사회든 으
뜸가는 선수가 되자면 동네에서 1등 가고, 다음은 카운티, 주, 또 그 다음은 연방, 이런 식으로
가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정도까지 돼야 한다.
장사를 하더라도 “그 집이 제일이야” 하는 소릴 들을 때 바로 최고가 될 수 있다. 아니고 “그 집 안되겠어” 하는 소리를 들으면 희망이 없는 가게이다. 좁은 동네라도 “저 사람은 이 동네서 제일이야 하는 소릴 들으면 성공할 싹이 있다. 우리가 어디서 장사를 하든 그 길에서, 그 동네에서 “저 집이 제일이야” 하는 소리가 나게 되면 그 주인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옆의 가게와 쓸데없이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저 자를 누르고 내가 돈 몇 푼 더 벌려고 하면 성공의 길이 아니라 같이 물에 빠지는 함정이다. 성공은 바로 사람들 입에서 “저 집은 제일이야” 하는 소리가 나올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별 볼일 없는 호텔이 세계 최고의 경지까지 간 것은 어린 소년이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마침내 “그 집은 최고야” 하는 소리가 동네에서, 카운티, 주, 연방으로, 나아가서는 다른 나라로까지 번지면서 생겨난 결과이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방마다 생화를 꽂았고, 층마다 서비스 룸을 두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그는 그 분야에서 혼신을 다했다고 한다. ‘부(富)의 성공’이란 과연 어디에서 오는지, 해답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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