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

2005-08-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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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고교 역사교사)

6.25동란이 터지자 미국은 즉각 북한군의 진격을 중단하고 군대를 38선까지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UN 안보리의 의결로 발표했다. 소련 외상은 한국 통일문제는 미국의 남북전쟁처럼 국내 문제이며 UN 헌장은 국내문제 간섭을 금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무력개입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중공 외상 주은래는 ‘중국 인민은 한국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제국주의 침략을 당하는 인근인의 운명에 무관심할 수 없다’며 참전을 시사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경제 재건을 위해 신이 우리에게 준 절호의 기회이다’라며 일본 수상은 환성을 질렀다. 몸에 맞지도 않는 신사복을 걸친 정치 미숙자가 손을 들어준 상전의 하수인으로써 불장난을 시작할 당시의 한반도 상황은 이러했다.


문화를 중시하는 대륙의 송나라, 국가 기조 없는 만주 거란족의 대두, 해적활동 이외에 정치의식 없는 남해안의 왜구, 이런 세력들이 왕건이 삼국통일에 열정을 퍼붓던 당시 극동의 정세 판도였다. 왕건의 무력통일 노력이 간섭을 받거나 방해할 아무런 정치세력이 주변에 없었다. 그래서 통일은 가능했다.좌경 증오철학에 깊이 심취되어 적개심에 불탄 열정의 보상으로 강단에 설 기회가 주어진 한 교수가 6.25를 북한지도부가 주도한 ‘통일전쟁’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집안싸움인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 안했다면 전쟁은 한달 이내에 끝날 것이란 주장을 소년 지도부를 향해 김일성이 말한 내용을 베낀 것이다.

미국의 개입으로 400만명의 희생을 치렀으니 미국이 바로 한민족의 원수라는 주장은 지난 60년 동안 반복되는 북녘 정치세력의 선전문구이다. 논증 없이 그대로 봐온 것이다. 교수 자신의 주장이라 믿기지 않는 시골 초등학교 공민 선생의 상식 수준에도 못 미치는 발상이다.6.25가 통일을 위해 피할 수 없었다는 통일 지상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김일성은 미국의 무력 개입은 있지도 않을 것이고 탱크로 밀고 가면 인민은 봉기할 것이며 달구지에 소총과 기관총을 달아 옮기면서 미군기를 격추하면 전쟁은 한달 안에 끝날 것으로 판단했다. 군사적으로 석기시대인이었고 정치적으로 미숙아였다. 통일에 목적을 두었다 해도 한반도 주변세력의 힘의 균형은 전장에서의 승리가 통일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없었다. 전쟁의 결과는 통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시키는 예측할 수 조차 없게 되었으며 고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 보다도 통일에 접근해 있는 것이 남한의 현 정권이다. 대외적으로 미국에 부담을 주지 않는 외교 노력과 대내적으로 화해정신을 신장시켜 현정부의 통일 의지를 도와야 할 사람들이 통일을 어렵게 만든 세력에 동조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고 본인들은 대답해야 한다.

북녘 정권 내에 김일성이란 이름의 무모한 청년이 없었다면 동란은 없었을 것이고 6.25동란이 없었다면 평화가 정착된 한반도를 떠나 우리가 미국에 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은 6.25가 산물인 것이다. 우리가 한반도의 자유, 민주, 통일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통일을 주도해서는 안 될 좌경세력의 정치발언에는 더욱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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