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존중’

2005-08-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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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미 국민들은 야구를 거의 ‘종교 수준’으로 사랑한다.
컬럼니스트인 조지 윌씨는 “우리에게 한해는 계절이 두 개로 나워진다. 하나는 ‘야구 시즌’이고 하나는 ‘공허’(Void)이다”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만큼 야구는 미국의 역사와 버금갈 만큼 미 국민들의 자부심과 직결된다. 때문에 최근 미 프로야구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일부 선수들의 스테로이드 스캔들은 미 연방 의회에서 청문회를 열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팀의 간판 타자인 라파엘 팔메로는 당시 청문회에 출두, “나는 절대 스테로이드를 내 몸속에 투입하거나 복용한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토록 당당하던 팔메로는 지난 1일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으로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당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보고 ‘메이저 리그가 이제 드디어 몰락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러나 팔메로가 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것만은 아니다.시카고 컵스에서 약 15년간 2루수로 활약하다 지난 주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라이언 샌드버그는 그의 입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인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야구를 사랑하고 존중했기 때문이다. 홈런은 잘 치면서 번트를 치지 못하는 선수를 어떻게 야구 선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연습시간을 지키고 감독의 지시에 따르며 같은 팀의 동료들은 물론, 상대방과 팬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를 존중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 같다.”

그는 연설 중에 ‘존중’(Respect)라는 단어를 15차례 넘게 사용했다.
샌드버그는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자신이 속해 있는 가족과 집단에 대한 존중, 경쟁자에 대한 존중, 그가 종사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팔메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샌드버그가 될 것인가? 그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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