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참에 다 털고 가자

2005-08-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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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덥다. 참으로 덥다. 요즘 날씨 이야기다. 더위 먹어 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덥다.더위 따라 불쾌지수도 높아지는지 걸핏하면 짜증부터 내는 요즘이다. 복(伏)더위가 기승부리고 있지만 2주 정도만 참으면 된다. 8월 14일이 말복(末伏)이라니 말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하늘도 높아질 것이고, 그 파란 하늘 아래 코스모스도 하늘거릴 것이다.

어느새 가을이 와서 사람들은 천고마비(天高馬肥)를 읊고 있으리라.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며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계절의 감각 속에 젖어들며 ‘벌써 가을인가봐’ 시인의 마음이 될 지도 모른다.시인의 마음 속에서 잰걸음으로 1년의 의미를 간추려 보고, 들판의 고개 숙인 벼이삭을 생각하듯 수확의 계절도 연상하리라.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보며 해가 가기 전에 못다한 일들을 마무리 할 각오도 다짐할 지 모른다.


자연은 어김없이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더웠다가 선선하다가 그렇게 사람을 달래주고, 섭리를 가르쳐 주는 스승같기만 하다.계절은 오면 가기 마련이고 또 하나의 계절 맞이에 자연이 옷을 갈아입듯 사람도 몸과 마음의
옷을 갈아입는데, 계절 속에 사는 인간세상은 만날 전날 그 모양, 그 꼴이다.

굶어 죽고 병들어 인종 멸종으로 치닫는 아프리카의 이야기도 어언 20년이 넘어가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던 북한은 주민 먹여살릴 생각은 안하고 꽃제비나 양산하고 있다. 배가 고파 동냥질 나서는 주인을 꽃제비로 부르는 자체도 어처구니 없다. 흥부놀부전의 제비도 아니고 물찬 제비라는 표현에서 보는 그런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꽃제비라니!

구소련이 붕괴한 것이 핵무기가 없어서 그랬나? 썩은 사회 체제가 주민을 먹여살리지 못하니 그렇게 된 것 아닌가. 그것을 간파한 고르바초프(Gorbachev)라는 지도자라고 갖고 있었으니 오늘의 러시아가 있는 것 아닌가. 노벨 평화상을 진짜 받을만 했다. 그것이 15년 전 1990년이다. 지금 베이징에서는 북핵문제로 제 4차 6자회담이 열리고 있다. 핵폭탄이 한개 있는지 몇개 있는지, 그 성능이 어떤지 다들 모르는 듯 하지만 갖고 있다는 사실 보다도 그것을 팔아 먹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살살 달래는 소임 같다. 이런 저런 것을 줄테니 그것을 없애고, 다시는 생각도 하지 말 것이며 그런 행위를 감시할테니 지속적 검증을 받으라는 조건의 협상 같다. 망나니 아이 달래고 있다.

핵폭탄, 핵폭탄 하다 보니 말이 씨가 되었는지 핵폭탄 같은 파급효과가 있다는 X-파일이라는 것이 연일 난리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청사건이나 테이프 하나 공개에 저 난리를 치고 있으니 2천개인지 8천개인지 전량 폭로하면 한국사회 주저 앉는다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간접 표현을 핵폭탄에 비유하는가 보다.전직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주미대사로 부임한지 5개월 밖에 안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자해사건이 또 일어날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부도덕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테이프를 공개하자는 자체가 불법이라는 세상이다. 한편으로는 다 공개되어도 괘념치 않는다는 어느 야당 대표의 발언도 아침 인터넷에 뜨고 있다.
질끔찔끔 흘릴 것이 아니라 이 참에 왕창 다 털고 갈 수는 없는가? 매를 맞을 바에야 한꺼번에 다 맞는다는 듯이 회초리를 들고 때린다고 위협만 할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한국사회가 무너질 사회는 아니다. 부서진 파편이라도 모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사회가 한국이다. 숱한 외침과 식민지 생활과 6.25사변으로 황폐된 조국을 일으킨 민족이 아닌가. 그것이 바로 역사 바로 세우기요, 개혁일진대 무엇이 무서운가?이 참에 다 털고 가자. 이것이야말로 창조적 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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