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상실된 도덕성

2005-08-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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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1부 부장대우)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31일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락 뮤지션 두 명이 공영방송 TV 음악쇼 도중 옷을 벗고 성기를 노출했다”며 “해당 방송사는 이에 대해 곧바로 사과했고, 옷을 벗은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MBC ‘음악캠프‘ 생방송에서 발생한 성기노출 사건이 로이터 통신을 타고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알려진 것이다.얼마전에는 외신을 타고 주미한국대사가 한국 대선과 관련된 불법 자금 전달 비리 의혹에 휘말려 취임 후 불과 수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AP 통신을 타고 널리 전파됐다.


AP는 문제의 주미한국대사의 비리가 폭로된 것이 한국의 국가정보를 책임진 정부기관이 장기간에 걸쳐 일반인들의 대화를 녹음한 불법도청 테이프에 의한 것이고 이같은 불법도청에는 정권 최고위층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미 연방당국이 미국, 캐나다, 한국을 연결한 국제조직범죄 인신매매단이 한국인 여성들을 미국에 밀입국시켜 매춘업소에 일하게 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100여명을 연행하고, 50여명을 기소한 사실을 발표해 미 주류언론은 물론 세계 언론도 크게 보도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미 국무부가 미국의 인신매매 범죄 척결 노력의 성과로 세계 각국 기자들로 구성된 출입기자단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했을 정도로 크게 다루어졌다. 불과 1달 남짓 사이에 이러한 추문들을 잇달아 접하는 미국인들은 한국을 ‘도덕성이 상실된 나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미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고 있는 한국 스캔들은 한 개인의 인권을 가장 처참하게 짓밟는 ‘인신매매 성범죄’와 비밀 보장이 무너진 ‘국가기관 불법 도청’ 인권침해, 공공사회의 청렴한 대표자 권한이 무시된 정부의 ‘비리 공직자 임명’ 등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20대
한국인 젊은인 2명이 공영방송에서 성기를 노출한 것은 미국인들에게 그다지 놀랍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도덕성이 상실된 나라와 사회에서 그 정도야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편견이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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