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격의 척도

2005-07-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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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구(내과전문의)

“자기 인격(人格) 이상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내가 ‘정신분석’을 공부할 때 내 스승이신 이동식 선생님이 늘 하셨던 말씀이다.

여행을 해도 그렇다. 무엇이건 자기가 아는 것 만큼 무엇이건 본다.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 루블 박물관에 가도 자기가 아는 것 만큼 밖에 볼 수 없다. 부모도 그렇다. 부모 중 ‘어머니’는 어머니의 정서적 성숙과 지적 정도 즉, ‘인격’ 만큼 아이들을 기른다. 물론 여기서 ‘인격’이란 의식적, 무의식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성숙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즉, 사랑으로 자란 아이들은 받은 사랑 만큼 사랑을 안다. 그래서 자라는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 자매, 친척, 아이들과 사랑을 연습하고 주고 받으며 자란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사랑을 베푼다. 다시 말하면 ‘사랑’은 말이나 글로 표현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간단히 말하면 ‘나’의 인생은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났을 때 벌써 ‘운명’이 결정된 것이다. 어머니에게서는 ‘사랑’을 배우고 아버지에게서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들’ 즉 ‘도덕’을 배운다.어찌 부모 뿐이겠는가.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다 그러하다. 특히 중요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선생님(초등학교나 그 이전 선생님들이 고등학교나 대학 교수 보다 더 중요하다), 의사,
목회자나 성직자, 대통령과 고위관리, 국회의원, 군인, 사업가…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중요한 것은 ‘자기 인격 이상 남에게 베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자기가 아는 것 이상 환자를 볼 수 없다. ‘사랑’만으론 충분치 못하다. 따라서 선배 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때도 있겠고 과학회와 같은 모임에 부지런히 다니는 것은 필수이다. 그 외 의학잡지 등에서 최신 정보를 얻어서 경험을 통하여 ‘자기 앎’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환자
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내가 아는 한 미국민 비교종교학 교수가 나에게 말해 주었다. 자기가 에모리대학에서 신학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정신분석 치료를 60시간 이상 받도록 되었었다고 했다. 이처럼 ‘자기가 자기 자신의 무의식(無意識)’을 알고(깨달음), 그 다음에 의식적으로 자기 무의식의 지배를 받지 않는 훈련을 계속해야 성직자로써 직분 즉, 남의 고민을 바르게 볼 수 있고, 그래서 바르게 도움을 줄 수 있다.(Pastoral Counseller)대통령이나 고위관리직을 가진 국가의 운명을 지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정치를 하려면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현실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물론 그 방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보좌관의 도움도 받지만 1차적으로 대통령의 현실 관찰 능력과 판단 능력이 主다. 만일 대통령이나 보좌관이나 전문가들이 현실을 현실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 머리 속에 생각이 마치 현실인양 착각한다면 그 결정은 벌써 시작도 하기 전에 현실과 천리 만리 동떨어진 결과를 가져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이 사람의 머리 속에 잡념이 거의 없거나 적다는 이야기이고, 또 잡념이 없어 어린시절 양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정상적인 형제 자매, 친척과 친구... 사랑과 이해가 있는 가정에서 큰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가정에서 자라나야 한다. 그래야 소위 ‘열등감(complex)’이라는 것이 없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배우고, 자기가 배운 것이 확실한지 확인하고 나서 남에게 도움을 주거나 가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현실을 바르게(正) 보는 것이고 바르게 행(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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