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손 씻는 일은 금상첨화(錦上添花)

2005-07-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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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이상하리만치 결벽증 같은 습관이 하나 있다. 그건 손을 너무 자주 씻는다는 것. 언젠가 같이 사는 룸메이트(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너무나 지은 죄가 많아 손을 그렇게 자주 씻는 거 아니야. 손이라도 깨끗이 씻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으니”라며 손을 습관적으로 자주 씻는 모습에 심리적인 이유를 갖다 붙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손을 씻는 습관이 붙은 것이. 결벽증이라면 결벽증일 수 있다. 하루에 손을 수 십 번 씻으니 말이다. 그것도 그냥 물에 씻는 것이 아니라 꼭 비누를 칠해 씻어야 한다. 손을 씻으면서 염원하는 것 한 가지. 손에 때를 씻어 내듯, 마음의 때도 씻겨 내려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 줄은 살아가면서 안다.
예수를 법정 앞에 세워 둔 빌라도는 그의 죄 없음을 알고 그를 방면하려 했다. 그러나 유대인들, 특히 사두개인과 바리새인 그리고 서기관들이 예수를 놓아주지 말 것을 소리 높여 부르짖었다. 예수를 심문하던 유대 총독 빌라도는 부하를 시켜 물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한 것이, 그 물에 손을 씻었다.


결국 예수는 다른 죄수가 방면된 대신 사형에 처해졌다. 빌라도가 물에 손을 씻은 의미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나는 물에 손을 씻었다. 그러니, 나의 손은 깨끗하다. 나는 예수가 흘린 피와는 아무 상관없다. 예수를 사형에 처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 유대인들이다. 나는예수의 죽음과 무관하다”란 뜻도 하나의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음의 때는 닦지 못하더라도, 빌라도와 같이 죄와 벌과는 무관한 의미로 손을 닦지는 않더라도 손은 항상 깨끗이 씻어야 할 것 같다. 손을 깨끗이 하려면 수시로 씻어야 한다. 그것도 비누 물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결벽증이라 할 정도의 오해를 받더라도 손은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손을 씻으면서 마음도 함께 씻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모 신문에 “손만 잘 씻어도 감기와 배탈 걱정은 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리고 내용에 ‘청결한 손이 생명을 구한다(Clean hands save lives)’라며 “손 씻기 하나만 제대로 해도 감기·배탈(식중독)·유행성 결막염·독감·사스 등 각종 감염병의 60-70%는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손 씻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 것을 보았다.

대한의사협회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내용에 손을 꼭 씻어야 할 때를 밝힌 게 있다. “식사 간식 등 음식을 먹기 전·화장실을 다녀온 뒤·외출에서 돌아온 직후·코를 푼 뒤와 재채기나 기침을 한 뒤·애완동물을 만진 뒤·요리를 하기 전과 과일이나 간식 준비하기 전·쓰레기를 만진 뒤·돈을 만진 뒤·피부에 난 상처 등을 만진 뒤·아픈 사람을 간병하기 전후·기저귀를 갈아준 뒤·책이나 컴퓨터를 만진 뒤·씻어야 할 지 망설여 질 때” 등이라 밝혔다.

문제는 습관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손을 제대로 안 씻는 가장 큰 이유는 ‘귀찮아서’ 혹은 ‘습관이 안돼서’로 나타났다. 좋은 습관은 좋은 삶을 가져오게 하는 첩경이다. 지금까지 손 씻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오늘부터 손 씻는 습관을 들이면 감염병 60-70%를 예방하고 들어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손 씻는 데 돈 달라고 하는 사람 보았나. 돈 안 들어간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자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길이 어디 있을까. 손 씻는 일이 작은 일 같아도, 작은 일부터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것은 큰일을 할 수 있는 길을 닦게 된다. 전철 혹은 버스를 탔을 때 잡게 되는 손잡이에서 손으로 옮겨져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은 엄청나다고 한다.

손잡이를 만진 그 손을 씻지 않고 그냥 하루 종일 일 했을 때 오는 세균의 다른 부위로의 옮김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세균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손을 자주 씻어 ‘지은 죄가 많아 손을 그렇게 자주 씻는 것 아니야’란 오해를 받아도 좋다. 빌라
도와 같이 죄와 벌과는 무관한 의미로 손을 닦지는 않더라도 손을 씻는 것은 좋다. 감기와 배탈 등 손을 씻지 않아 걸릴 수 있는 각종 감염병 60-70%를 막아내 주는 그 한 가지만이라도 손은 수시로 씻어야 할 것 같다. 거기에다, 먹구름 같은 마음의 죄까지 씻겨 내려간다면 금상첨
화(錦上添花:비단위에 꽃을 더한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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