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괜찮아”

2005-08-01 (월)
크게 작게
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축구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월드컵의 교훈과 같이 2002년 월드컵은 많은 기록과 화제를 뿌리며 우리 국가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킨 대회였다.FIFA 웹사이트에 의하면 이 대회에서 즐거움, 페어플레이, 그리고 흥분을 가장 많이 선사한 팀은 어느 팀인가? 하는 설문을 띄웠는데 전세계의 축구팬 36만5,610명이 응답했다. 응답 내용을 보면 한국이 61%(22만6,636명)로 최고였으며 터키, 브라질, 세네갈, 아일랜드, 독일
등의 순으로 한국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팀의 당초 목표였던 16강을 뛰어넘어 8강, 4강에 이르게 되자 전국이 월드컵 열풍에 휩싸였을 때 월드컵의 감동적인 기억을 다루었던 기사가 생각난다.누군가에게 “언제가 가장 감동적이었나?” 하고 묻자 그는 미국과의 경기 당시를 언급했다. (한국, 미국, 포르투갈, 폴란드는 D조에서 예선을 했으며 한국과 미국전은 6월 10일 대구 경기장에서 있었다) 당시 그는 시청 앞에서 그 경기를 응원 했었는데 0:1로 지고있는 상황에서 ‘이
을용’ 선수가 페널티 킥을 실패하자 시청앞은 쥐 죽은듯 고요한 가운데 적막이 흘렀다. 그런데 잠시 후 누군가가 “괜찮아, 괜찮아” 라는 소리를 외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이 함성이 시청 앞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 “괜찮아”의 함성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괜찮아”의 함성은 경기 후반 33분에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이을용’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페널티 지역으로 프리킥을 차고 ‘안정환’이 높이 떠서 헤딩 슛, 꼴인 1:1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만 실수할 때도 있고 기대에 못미칠 때도 있다. 그 실수와 부족함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데 그것을 비난한다면 그 사람은 절망과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성년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깊이 생각
해야 할 일이다.

“괜찮아”의 바탕은 사랑의 용서이다. “무엇보다도 열심으로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 4:9)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과 정죄가 아니라 “괜찮다”며 이해하고 덮어줄 수 있는 마음과 행동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