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똥녀 소동

2005-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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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관)

얼마 전 서울의 지하철 차안에서 데리고 있던 애견이 그만 실례를 저지른 것을 치우지도 않고 그냥 내려버린 얌체 여인의 사진을 찍어 이를 인터넷에 올려서 개똥녀라는 별명으로 세상의 비난을 뒤집어쓰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곳 뉴욕의 한인사회에도 이와 겨눌만한 부끄러운 일들이 무수히 벌어지고 있으며 형사법원에 입건되어 오는 한인들의 사건에서 조차 이런 창피한 사건들이 있다.법원에 입건되어 오는 사건 중에 한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음주운전이나 폭행사건 같은 것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좀도둑질로 잡혀오는 사건 같은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한국에서 많은 방문객이 오는 계절에는 백화점 도둑 사건이 부쩍 늘어난다. 그 중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방문객이 있는가 하면 갓 도착한 어학 연수생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와 있다는 한 기러기 엄마가 자기 집 앞에 주차해 놓은 남의 차를 쇠붙이로 그어버려 잡혀온 사건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한 한인남자는 역시 자기 주차 자리에 주차한 남의 차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서 잡혀온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자기 자리를 잘못 차지했다 치더라도 페인트로 남의 차를 이런 식으로 망쳐놓다니 개똥녀 보다 나을 바 없는 사람들이다.

며칠 전에는 불법으로 노상에서 야채를 팔았다며 4명의 한인 여자 노인들이 체포되었는데 그 중에는 80대 노인도 끼어있어 법원에서 조차 깜짝 놀라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경찰의 과잉 권력남용이라는 비난을 받을만한 사건으로 보여 그 진상을 알아보니 이들 노인들의 불법 노점행위가 오랫동안 경고를 받아온 끝에 경찰의 강경 단속으로 이어진 것이라니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었음이 밝혀졌다.

지금 한인들이 주도해서 저지른다고 거의 기정 사실로 되어 있는 부끄러운 사건은 뭐니뭐니 해도 매춘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수사관 1,000명이나 동원된 대대적 매춘조직 단속이 있었다. 백 여명이나 체포된 주인공들의 대부분이 한인들이었다는 데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뉴욕에서도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을 접한 한인사회의 반응 중에는 하필 한인만을 꼬집어서 표적수사를 했다며 인종차별을 운운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인종차별이라고 우기기 전에 왜 한인들이 이런 부끄러운 범죄단체에 앞장 선 인종이 되었는가를 반성하는 자세가 앞서야 할 일이다.법원의 기록에 음주운전과 매춘 또는 불법 맛사지업 등은 한인들이 저지르는 주종 범죄형으로 되어 있다. 나는 이것이 절대로 인종차별에 의한 표적수사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사실에 근거한 수치일 뿐이다.

최근 경찰의 과잉단속 내지 인종차별적인 사건이 여럿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중에는 경찰이 오히려 범법자이고 한인이 오히려 피해자인 것이 거의 명백한 사건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찰의 인종차별적 권력 남용 사건을 시정부에 정식으로 신고한 한인들의 사건이 지난 1년 동안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하니 경찰들의 이런 부당한 처신을 자초했을 수도 있다. 당하고만 앉아있는 자세가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한인들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는 강경한 대응을 보여주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도덕을 중시하는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자랑하며 살아온 터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도덕이라는 말을 쓰기가 부끄러운 민족으로 타락하고 말았다. 개똥녀는 어쩌면 이 시대의 타락한 우리 사회의 한 반영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 개똥녀 같은 손가락질을 받지 않도록 우리 한인사회의 자성과 계몽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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