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떤 피서

2005-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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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협(브롱스)

복더위인 요즈음 태양이 뜨겁게 달구는 오후 한낮 꽃밭에 서있어 보면 꽃들은 태양을 무척이나 반기는 듯 뜨거움을 즐기고 있다. 아마 피할 수 없어서 수난을 즐기고 삭히는가 보다.

사람들은 피서를 생각한다. 나는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더위를 잊어버린다. 얼마 전 LPGA US오픈에서 버디 김(김주영)이 버디 벙커샷을 퇴근 후 운좋게 5분간의 시청으로 볼 수 있었는데 선수 본인은 눈물로 갤러리들과 TV 시청자들은 골치거리가 해결되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을 것이다.


지난주 텍사스(박찬호)와 양키스(무시나) 고액연봉 피처들의 대결은 힘이 바닥나 7회 초 교체된 상대에 비해 7회까지 깔끔히 마무리하고 8회 초에 지친 박찬호를 불펜과 교체할 때까지 1실점 때문에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불운을 가졌으나 완벽한 투수력을 보이고 팀(텍사스)에 승리를 안겨준 정말 시원하고 즐거운 피칭이었기에 유쾌하고 시원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었다.

동부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그래서 많이 기다렸던 LA 다저스 최희섭의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수비가 엉성하다는 구설수가 있는 최희섭은 이날 밤은 실수 없이 정확하게 First Base를 수비했다. 9회 말 상대방의 방어가 쉽지않을 마지막 히트를 정확하게 막아서 정확한 송구를 끝내확정짓던 순간, 탄성을 연발하면서 몹씨 들떠있는 나에게 의아하게 묻는 아내에게 “최희섭이 멋진 수비를 해냈어”하는 나의 말에는 시원함과 기쁨이 넘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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