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거망동한 민족의 역사를 교훈 삼자

2005-07-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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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픽포스터)

세월의 흐름을 살과 같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표현한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은 어느 누구도 이를 제어할 수도 없고, 세월은 쉬지 않고 묵묵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헤일 수 없을 만큼 세월이 윤회하는 동안 세상의 모든 모습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인간의 역사를 창조
하며 모든 모습들을 뒤바꿔 놓기도 한다.수억겁년의 세월 속에 인간들이 살고 가는 그 짧은 기간은 전광석화와 같이 짧은 시간이다. 그
기간을 살면서 인생이라는 거창한 단어에 비유하며 부와 명예 때문에, 사상과 종교의 분쟁으로, 또는 사랑 때문에, 인간 끼리의 갈등으로 서로를 저주하고, 심지어는 죽여가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출하며 명멸해 가고 있다.

필자는 지금 기억나는 우리들의 옛 것을 생각해 보면서 너무나도 달라진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는 마음에서 무심하게 지나가버린 과거의 세월을 기억해 본다.70여년을 살아오면서 조국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지금까지의 모든 정치역정과 문화의 변화, 특히 경제적인 변화에 대해 나름대로 참여하면서 보아 왔다.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해 수없이 많은 회의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과의 대립 속에서 6.25의 피 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아픔도 맛 보았고, 명멸해 간 위정자들의 폭정과 선정 속에서도 살아왔다. 특히 발전하는 경제 현실이 근세 대한민국의 모든 국토가 변화되는 속에서 국민들의 삶이 나름대로 부유해진 사실들은 진실로 드라마틱한 일이
아닐 수 없다.몇일 전 어느 신문에서 보니 한 병에 7,000만원 상당의 위스키를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다. 스코틀랜드산 ‘메켈탄 1926’으로 명명된 이 술은 1926년에 증류되어 약 70년 넘게 숙성된 알콜도
수 42.5도의 명품 술이라고 한다.

미화 7만달러면 평생을 가도 이 정도의 거금을 만져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허다하게 많다. 이 술 한잔 정도면 3,000달러 정도라고 하는데 술 잘 마시는 사람은 이렇게 좋은 70ml 들이 한병 마시는 것 쯤은 게눈 감추듯 마실 수도 있다.우리나라 사람 인심 중 최고로 좋은 것은 술 나눠 마시는 인심이라고 한다. 이 술 한 방울 정도면 100달러 정도인데 이런 경우 한 잔, 아니 한 방울의 술도 솔직히 호락호락 남에게 어떻게 나누어 줄 수 있겠는가!이런 술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니 진실로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을 수 없다. 6.25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대포집이라는 술집들이 성행하였다. 소주, 정종, 약주, 탁주, 동동주, 막걸리가 전부인 선전문구를 걸어놓고 빈대떡의 구수한 내음을 피우며 애주가들의 입맛을 달래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세월은 쉬임 없이 흘러만 가고 있다. 세월의 흐름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잘 산다고 항상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역사를 우리는 교훈 삼아야 한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는 소주, 막걸리, 동동주면 가히 족할 수도 있다. 꼭 고급 위스키에 어울리는 민족으로 변신해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과거를 잊고 경거망동한 민족에게는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르는 세월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대두되어 있는 그런 어려운 시험의 세월을 보내고 있음을 감지하고 다시는 50년 전 못 살았던 우리들의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다시한번 분발하며 구수한 김치찌개에 빈대떡 구워 먹으면서 ‘빈대떡 신사’ 유행가를 되뇌이며 결단하는 세월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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