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을 채우는 아이들

2005-07-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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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 앤 패밀리포커스)

광야 프로그램의 캠프장에 도착한 45명의 학생들과 8명의 선생님들은 7개 팀으로 나뉘어져 각 팀의 텐트를 치느라 분주했다. 텐트를 쳐보지 않았던 아이들이라 팀웍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세워지기가 힘들기에 처음 텐트를 치는 것부터가 훈련이 되는 그런 시간이다.

무척 더웠던 날이었고 튼튼한 텐트를 세우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7개의 다른 팀들이 선의의 경쟁 속에 텐트를 치고 카누피 텐트와 선생님들의 텐트 이렇게 대형 텐트 12개가 세워진 캠프 사이트는 산과 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기에 아이들의 마음가짐과 태도들을 다시 한번
추스르고 준비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아이들과 그릴 햄버거로 즐겁게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저녁을 마
친 우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야 하는 봉사 프로그램 스케줄을 짜야 했다.


Resque Mission의 홈레스 쉘터로, Fishkill 교도소로, Long Life Senior Center의 노인분들을 위한 봉사로, St. Mary 어린이 청소년 병원과 헤비타트 휴매니티 불이이웃 집 지어주는 곳으로 금요일까지 이렇게 20명, 10명, 15명씩으로 팀이 나뉘어져 적어도 한번씩 이상은 다섯 가지의 다른 프로그램을 다 참여할 수 있도록 매일 저녁 프로그램을 짜야 했다.

이렇게 일주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첫날은 조금은 서로가 어색해서 그룹 그룹으로나 지내던 아이들, 그리고 셀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여기 호텔이 아니야. 나 어떻게” 하며 울상짓던 그런 아이들, 학교에서 따돌림 받을 정도로 자기 표현에 서툴고 수줍은 아이들, 그리고 늘 학교에서 우수 학생들로 늘 인정받고 칭찬만 받아 공주와 왕자같은 아이들이 어느새 하루가 지나 이틀이 지나면서 자신과 남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주기 시작하며 어색해 하고 수줍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걸며 친구를 해주며 그렇게 소리없이 어우러지고 하나가 되는 모습은 세상의 다른 어떤 모습보다도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모
습이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몸이 흠뻑 땀으로 젖을 정도로 집 짓는 봉사로 힘든 시간이었음에도 홈레스 쉘터에 가서 3,800 켤레의 양말을 접어 정리하느라 허리와 다리, 팔이 피곤해 돌아왔음에도, 교도소에서 무섭기도, 그리고 재소자들에 대한 안스러움과 아픈 마음, 그들의 아픔으로 토해내는 삶의 체험 간증의 감동으로 가슴이 찡함으로 돌아왔음에도, 노인들을 위해 영어공부와 게임과 통역과 그리고 자신들의 탈렌트로 그분들 앞에서 춤과 노래, 익살, 악기 연주 등으로 하루종일 봉사의 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7시 이후에 돌아온 캠프촌의 짧은 휴식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즐기기 시작한다.

분주하지만 봉사로 보람있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흐뭇한 마음들은 따스하게 달구어져 서로에게 또다른 우정들을 만들어내게 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풋볼과 여러 종류의 게임과 스포츠, 그리고 시간 시간 짬을 내어 써야하는 저널 등으로 아이들은 너무나도 분주하고 바쁘지만 하루 하루 지나면서 아이들의 눈에서는 총명한 빛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입가에는 어느 때도 볼 수 없던 환희와 만족의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가슴과 영혼 속에 아름다운 것으로 느껴지고 채워지는 하루 하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는 선생님들과 나는 어느새 피로가 걷혀지고 생명으로 채워지는 우리 자신을 느낀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그 다음날의 팀들을 나누고 계획하며 그리고 오늘 만난 사람들과 일들을 통해 내가 배우고 깨닫고 체험한 것들을 서로 발표하며 깨달음의 깊이를 더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반영해 나갈 수 있도록 자신에게 확신시키는 시간들로 지낸다. 그리고 마지막 밤 캠프 화이어 시간은 절정의 시간으로 자신들이 배우고 체험한 것들을 연극으로 발표하는 시간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것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참가한 모든 학생들은 열광하며 행복해 하는 시간이 된다. 캠프를 떠나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붙잡으려는 듯이 산속을 가르는 그들의 웃음소리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일주일 후 수료식 겸 피크닉으로 모인 아이들은 8시간이 지나도 자리를 뜨려하지 않고 그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에 부모님들이 기쁨으로 해오신 갈비, 불고기 등 쌓여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 치우느라 우리는 즐겁게 분주했다.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보람과 가치, 그리고 즐거움을 갖게 한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해주신 한국일보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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